전현직 검·경 직원들 빗나간 ‘성인오락실 사랑’
압수 오락기 부품 빼돌려 팔고
업주와 짬짜미 동료 감싸고…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
압수 오락기 부품 빼돌려 팔고
업주와 짬짜미 동료 감싸고…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
전직 검·경찰 직원까지 사행성 게임 관련 사업에 직접 뛰어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불법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 현직에 있는 이들이 게임장 업주한테서 뒷돈을 받는 ‘고전적 행태’는 물론이고, 압수한 불법 오락기 부품을 빼돌려 파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대로변에서도 바로 눈에 띄는 서울 송파구 가락동 ㅇ(성인)오락실. 140대 규모로 서울에서 대단히 번창해온 곳의 하나다. 경찰 출신 조아무개(46)씨가 운영하는 업소다. 조씨는 1982년 경찰에 입문해 2000년 경위로 명예퇴직한 베테랑 경찰관으로 경찰 생활의 거의 절반을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보냈다.
<한겨레> 취재진은 지난달 성인오락실 실태를 취재하면서 이 오락실의 불법 행위를 두차례에 걸쳐 관할 경찰에 신고한 바 있으나, 3일 현재까지도 단속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출동한 경찰은 매번 10~30분 오락실 업주 등과 얘기만 하다 철수했다. 경찰관은 “여기도 상품권 교환소가 (오락실) 안에 있네”라고 말하면서도, 아무런 단속을 하지 않았다. 상품권 환전이 업소 안에서 이뤄지거나 업소 관계자가 환전 알선만 해도 명백한 불법이다. 결국 경찰은 ‘도박 사실 발견하지 못함’이라고 결론지었다. 2003년 <한겨레>의 ‘부산오락실 검·경 상납비리’ 보도로 구속된 전 검찰 직원 서아무개(42)씨는 현재 부산 지역에서 경품용 상품권인 ㅅ상품권 유통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씨는 보도 직후인 그해 12월 성인오락실 업주들한테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성인오락실의 뒤를 봐주던 부업이 이제는 본업이 된 셈이다. 부산 지역의 한 상품권 업자는 “아무래도 전직 검찰 수사관이어서 업주들이 서씨의 상품권을 사용하면 사업에 유리할 것이란 기대를 하게 된다”고 말했다.
현직 경찰들이 사행성 게임장 업주한테서 금품과 향응을 받는 고전적 비리도 여전하다. 부산지검은 3일 부산경찰청이 선정하는 ‘베스트 경찰’에 뽑혔던 해운대경찰서 강아무개(39) 경사를 뇌물수수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그는 부산 기장군의 한 오락실 업주에게 오락실 개업 자금을 내사하겠다고 협박해 380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를 사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고급 차량 절도사건 등을 해결한 공로를 인정받아 ‘베스트 경찰’에 뽑히기도 했다. 경찰 최고의 영예인 청룡봉사상을 수상한 모범 경찰관이 불법 오락실 업주의 비호세력으로 드러나 구속됐던 2003년 ‘부산오락실 검·경 상납비리’ 사건의 재탕을 보는 듯하다.
또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는 지난 6월 초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ㄴ피시방 업주 정아무개(44)씨로부터 단속 무마용으로 술과 향응 및 현금 210만원을 받은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 김아무개 경사를 지난달 21일 기소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강남경찰서 청문감사관실 관계자는 “게임장이 늘어나고 단속도 강화되면서 유사 사례가 더 있을 수 있지만 실제 찾지는 못했다”며 “물리적으로 조사 범위를 확대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울산 남부경찰서의 이아무개(40) 경위가 성인오락실 업주 등에게 단속 정보를 흘려준 혐의로 지난달 10일 해임된 사실도 드러났다. 울산경찰청 관계자는 “이 경위가 지난 1~5월 한 성인오락실 업주와 100여차례 통화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이 경찰서 손아무개 경사는 지난 5월께 성인오락실 업주에게서 두 차례에 걸쳐 5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돌연 사표를 냈다. 경찰은 별다른 징계절차 없이 사표만 수리해 ‘제 식구 감싸기’란 비난도 사고 있다.
지난달에는 울산지검 직원 김아무개(33)씨와 윤아무개(28)씨가 성인오락실에서 압수한 오락기에서 고가의 핵심 부품을 빼돌려 장물업자에게 판 혐의로 구속된 일도 있다. 임인택 유신재,
부산 울산/최상원 김광수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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