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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군에선 얻어맞아 실명 위기, 인권위에선 사기당하고

등록 2006-08-08 15:39수정 2006-08-08 15:59

군 폭력으로 정신이상자가 된 조아무개씨를 어머니 김영순씨가 병실에서 돌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군 폭력으로 정신이상자가 된 조아무개씨를 어머니 김영순씨가 병실에서 돌보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이젠 눈물조차 말랐습니다.”

지난 7일 오후, 병실에서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다 식사 때만 되면 폭식을 하려 드는 아들, 혼자 숟가락조차 들지 못하는 아들에게 어머니 김영순(51)씨는 이를 악다물고 밥을 떠먹이고 있었다. 하지만 김씨의 목소리는 담담하되 또렷했다.

맏아들 조아무개씨(25)씨가 군에 입대한 건 2002년 10월. 채 6달도 안 돼 온갖 폭력이 그에게 덮쳐왔다. 이가 부러지고 갈비뼈가 으스러졌으며 맞은 눈은 녹내장을 얻어 실명 위험에까지 이르렀다. 두달 가까이 폭력이 자행된 부대에선 간부들이 앞장서 “발설하면 영창에 보낸다”며 위협과 협박으로 허위 진술서를 쓰도록 강요했다고 한다. 물정 모르고 착하기만 했던 김씨 가족은 오직 아들 조씨가 치료 잘 받아 회복되기만을 바라며 가해 병사인 엄아무개 병장 쪽과 900만원에 덥석 합의를 해줬다. 3년 가까이 이어질 ‘불행의 씨앗’이었다.

이후 국방부와 청와대, 국민고충처리위원회 등에 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하는 민원을 숱하게 제기했으나 아들의 억울함과 상처를 치유해줄 곳은 모두 막혀 있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곳이 국가인권위원회였다. 2004년 4월 조사관 신아무개씨를 만나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그런 김씨를 앞에 두고 신씨는 댓바람에 ‘돈’부터 찾았다고 한다. 그는 30만원을 차비로 받아챙기는 한편, “아들을 국가유공자로 만들어주겠다”며 250만원을 더 요구했다. 돈이 없다고 하자 신씨의 태도는 싸늘하게 돌변했다. 해서 김씨는 물리칠 수 없었다고 한다. 카드빚을 내어 돈을 마련해줬으나 2년이 지나도록 아들의 진정사건은 처리되지 않았다.

“아들이 복무했던 군부대 관계자를 처벌하는 것보다 아들을 치료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을 뿐인데 결국 허무하게 속고 말았지요.”

인권위는 김씨의 진정을 접수한 뒤 무려 23달만인 지난 3월에야 전공상 심의를 다시 할 것을 군 당국에 권고하고 가해자 엄씨를 검찰에 고발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그 사이 김씨 부부의 작은 식당은 문을 닫았고 아들은 폭력의 참담한 충격에 사로잡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았다. 아들의 삶은 한순간에 일그러져버렸고, 남편은 지난 2년여 세월을 견디다 이가 모두 빠져버렸다. 졸지에 ‘정신병자’가 된 아들을 부여잡고 김씨는 하늘이 무너질 듯 울었다고 한다. 군에서는 ‘폭력’으로 멍들고 인권위에선 ‘사기’를 당해 찢어진 가슴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지난 3일 서울보훈병원을 퇴원한 조씨는 5일 갑자기 증상이 심해져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에 다시 입원한 상태다. 발작이 나면 눈동자와 입이 돌아가고 몸을 마구 떨다 의식마저 잃는 아들을 곁에 두고 김씨는 마음을 추스리고 옷깃을 여미면서 마지막 싸움에 나섰다. 국가보훈처가 지난 6월 국가유공자 비해당 결정을 내린 데 불복해 행정소송을 준비하는 있는 것이다. 바람은 오직 하나다.


“이건 제 자식만의 일이 아닙니다. 저희 같은 사람이 또 있으면 어떡합니까?”

김씨는 그렁그렁한 눈으로 망연히 창밖을 바라봤다. 갑자기 퍼붓기 시작한 소나기 빗줄기가 거셌다. 전진식 기자, 오수재 인턴기자(성균관대 경영 3)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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