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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멀지만 가까운 땅, 고향의 향기 느껴져요

등록 2006-08-08 18:50

조선족 소학교 백일장 수상자 16명 방한
글에는 ‘돈 벌러 간 부모님 생각’ 절절해
63빌딩 등 견학…1박2일 홈스테이도
[이사람] 어머니·할머니 나라에 온 조선족 글짱들

8살에서 13살 어린 그들에게 어머니, 할머니의 조국, 한국은 더이상 낯선 땅이 아니었다. 상상력과 간접경험 그리고 핏줄이 얽혀있기 때문이다. 조선족 어린이 최고 글짱들. 그들은 시나 수필을 통해 자신들의 세계를 진솔하면서도 당당하게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잃어버린 60년대, 70년대 시간을 그들이 대신 찾아주고 있다. 지난 봄 연변과기대 교정에서 열린 ‘2006 동북3성 조선족 소학교 백일장’에서 대상을 받은 연길 중앙소학교 4년 리유(10)양의 <노래가 없고보면> 시는 동심을 가감없이 그리고 있다.

“텅빈 시골학교/운동장은 썰렁하기도 하다/교실엔 아이들 웃음소리 없고/학교엔 아이들 노래소리 없다/노래소리가 없는 텅빈 운동장/외로운 염소 한마리/끄덕뜨덕 졸고있다.”

연길시 공원소학교 4학년 황성혜(10)양의 시 <가족사진>은 ‘돈 벌러’ 일본으로 한국으로 떠난 가족의 외로움을 아이들의 날카로눈 눈매에 담고 있다.

“하늘나라 해님가족 아주아주 화목하죠/해님아빠 달님엄마 별님아이 함께 모였죠/벙긋벙긋 방긋방긋 방실방실 가족사진 찍었죠/우리 가족 이게 뭔가? 한국으로 훌쩍 일본으로 훌쩍/아빠 엄마 나 산산히 흩어져/헉헉 흑흑 엉엉 서로서로 그리죠/야, 정말 부러워요 언제면 한번/가족사진 찍어볼가요?”

연변 아이들은 돈 때문에 이별 아닌 이별을 해야하는 부모들에 대한 애특한 정을 글 속에 삭이고 있다.

‘고급학년 대상’을 받은 룡정시 북안소학교 6학년 김경화(12)양의 <돈이 뭐길래> 수필은 시작과 끝은 이렇다. “돈이 도대체 어떤 존재인지 알 수가 없다. 돈 때문에 엄마아빠들은 사랑하는 자식을 두고 가정을 버리고 머나먼 이국타향으로 간다. 이런 현상은 날에 날마다 늘어만 가고있다. 그러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주지 못하는 사랑을 대신 돈으로 갚아주려는 듯 자녀들에게 돈을 펑펑 보내준다. 그러나 부모들은 자식들의 립장을 생각해본 적 있는가? 그것이 자식들을 위한 제일 좋은 선택일가? 나의 주변에도 이러한 일들이 수두룩하다. 우리 학급의 간부로 활약하고있는 영희는 항상 밝고 씩씩한 모습으로 등교했다. 그런데 그의 엄마가 갑자기 외국으로 가는 바람에 아빠와 함께 생활하게 되면서 지각도 자주하고 학습에서도 취미를 잃어가고 있었고 가끔 pc방에 드나들어 선생님께 야단맞기도 하였다. 얼굴 한구석에는 항상 그늘이 져있어 무척 고독해 보였다….어른들은 돈이 왜 그렇게 좋은지? 돈이라면 사랑하는 자식을, 젖도 안뗀 아이마저 서슴없이 가슴에서 내려놓고 애들을 년로하신 할아버지할머니께, 기숙사에 맡겨놓고 외국으로 떠나가고 돈을 벌어와서도 돈 때문에 가정싸움을 하고 리혼까지 한다. 정말 바람직하지 않는 태도이다. 진정 자식을 위한다면 자식에게 사랑을 주고 행복을 마련해주고 자식들의 꿈과 미래를 지켜주어야 한다. 바람이 많고 많지만 가장 멎기 바쁜 바람이 외국바람이 아닐가? 이 바람이 언제면 우리주변에서 잠잘 수 있게 될는지? 돈이 도대체 뭐길래?”

조선족 백일장에서 대상·금상을 받은 어린이 16명이 8일 1주일 일정의 한국방문을 마치고 고향으로 되돌아갔다. 61개교 4000여명 가운데 뽑힌 이들은 63시티 초청으로 한국에 와 국립민속발물관, 63빌딩, 한강유람선, 롯데월드, 독립기념관, 한화종합화학 등을 견학했다. 지난 주말엔 한화 직원 가정에서 1박2일 일정으로 홈스테이했다.


6일 오후 한겨레신문사를 찾아 편집국을 견학하고 옥상에서 남산을 바라보던 한 어린이가 말했다. “우리 연변에도 남산이 있는데요.” 한 아이가 질세라 이어받았다. “그러니까 남산이 진짜 우리 겨레의 산이라니깐.” 어린이 글짱답다.

글 이상기 기자 amigo@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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