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100년 전통 시계’ 서울경찰청 외사과 수사관들이 8일 오후 국내에서 만든 값싼 손목시계를 ‘100년 전통의 스위스산 명품 시계’로 속여 팔아온 이아무개씨 등을 검거한 뒤 증거품을 공개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부품 스위스로 가져간뒤 조립…수천만원에 팔아
부유층·유명 연예인들이 고객…20억 챙긴 업자 구속
부유층·유명 연예인들이 고객…20억 챙긴 업자 구속
국산·중국산 부품으로 국내에서 만든 시계를 유럽의 왕족들만 차는 명품 시계라고 속여 강남의 부유층과 유명 연예인들에게 최고 9750만원까지 받고 팔아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2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 챙겨=서울경찰청 외사과는 8일 국산 시계를 외국 명품 시계 ‘빈센트 앤 코’라고 속여 하나에 580만~9750만원을 받고 모두 35개 4억4600만원어치를 팔고, 이 시계의 총판·대리점 보증금으로 4명에게서 15억6700만원을 받아챙긴 시계 유통업체 대표 이아무개(42)씨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시계 제작업체 부장 박아무개(41)씨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이들이 지난해부터 경기도 시흥의 한 시계 공장에서 만든 시계 300여개 가운데 177개를 증거물로 압수했다.
어떻게 명품으로 속였나?=이씨는 지난해 3월부터 국산·중국산 부품으로 제작한 원가 8만~20만원의 손목시계에 ‘빈센트 앤 코’라는 가상의 스위스업체 브랜드를 붙여 팔았다. 이씨는 인터넷 등을 통해 이 시계가 지난 100년 동안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비롯해 생전의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 그레이스 켈리 모나코 왕비 등 유럽 왕족들에게만 제한적으로 판매된 제품이라고 광고해 왔다. 이씨는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과 신사동에 사무실과 40여평의 매장까지 열었다.
이씨는 이 제품들을 스위스에서 수입한 명품 시계로 가장하기 위해 시계 부품을 스위스로 가져간 뒤 현지에서 조립한 다음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다시 수입해 수입신고필증을 확보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또 완벽한 가짜를 만들고자 스위스와 한국, 홍콩에서 ‘빈센트 앤 코’ 브랜드를 법인·상표 등록을 마쳤다. 총판·대리점과 손님들에게 제공하는 품질보증서는 을지로의 인쇄소에서 찍었다.
어떤 사람들이 고객이었나?=이씨는 이 시계의 홍보를 위해 영화배우 이아무개씨, 여자 영화배우 최·김·황 아무개씨를 비롯해 인기 개그맨 강·유 아무개씨 등 연예인 10명 이상에게 이 제품을 무료로 제공·대여했으며, 직접 이 제품을 구입한 연예인도 있다고 경찰에서 밝혔다. 특히 이씨는 이 제품의 공신력을 높이고자 지난 6월1일 강남의 한 바에서 부유층과 유명 연예인들을 초청해 제품 발표회까지 열었다. 이씨는 이날 참석한 연예인에게 이 시계를 착용하게 한 뒤 사진으로 찍어 텔레비전, 패션잡지, 인터넷 등에 싣는 방법으로 이 가짜 브랜드를 광고했다. 경찰은 강남의 부유층과 유명 연예인들이 주요 고객이었으나, 이들도 피해자여서 명단을 공개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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