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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필진] 노현정을 변호한다

등록 2006-08-14 18:01

노현정 아나운서가 소위 된장녀로 매도됐다. 재벌가(家) 정대선씨와의 결혼 발표 후, 네티즌은 흥분했다. 된장녀가 무엇을 뜻하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그 중, '젠장녀'에서 '덴장녀'로, 다시 '덴장녀'에서 '된장녀'로 바뀌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의미는, '명품에 집착하고 뉴요커의 삶을 지향하며 남성을 수단으로 여기는 미혼여성'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노 아나운서의 결혼 결심은 빠른 면이 없지 않았다. 6월 초 지인의 소개로 정씨를 만났고, 불과 두 달 정도 후에 결혼을 결심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건 사실이다. 더구나 상대인 정대선씨가 재벌가의 자제인 점으로 미루어 볼 때, 남자의 '돈'에 눈이 먼 것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올 법하다. 그러나, 노현정씨를 된장녀로 매도하는 것은 오버임을 지적하고자 한다.

프랑스 소설가 스탕달(1783~1824)은 그의 저서 <연애론>에서, 사랑하는 연인의 연애를 7단계로 나눈 바 있다. "서로에 대한 감탄과 상상, 희망의 3단계를 거쳐 사랑이 탄생하고, 제 1결정작용 과정을 거친 후, 상대에 대한 의혹에 이은 제 2결정작용에 의해 연인의 사랑이 깊어진다"고 그는 분석했다. 1단계에서 7단계까지 걸리는 시간은 한 달이면 충분하다고 한다.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지만,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그에 의하면 결정작용이란, "눈앞에 나타나는 모든 것으로부터 사랑하는 상대방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정신의 활동"으로 정의할 수 있다. 노현정씨와 정대선씨가 사랑의 정점에 있었다고 봐도 전혀 무리될 게 없다. 서로 사랑하고 경제적인 조건이 충족된다면, 단기간에 결혼을 결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사랑과 연애에 관한 스탕달의 분석에, 동의를 전제하고 말이다.


결혼은 사랑하는 두 남녀의 실존적 결단이다. 사랑하는 연인의 결단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노현정씨를 된장녀로 매도하는 일부 네티즌은, 그녀와 정대선씨의 실존을 꿰뚫어 보고 있는가? 한 쌍의 연인이 '사랑도 하지 않으면서 결혼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사랑에 대한 무례다. 더 나아가, 인간의 정념에 대한 예의없음이다.

끝으로, 정대선씨와 노현정씨의 결혼을 축복한다. 행복하길 바란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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