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김’ 사건 조작따른 유족 인격권 침해 인정
5공 시절 간첩 누명을 쓴 ‘수지 김’(한국명 김옥분) 사건과 관련해 당시 사건을 은폐·조작한 장세동 전 국가안전기획부장에게 9억여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고법 민사6부(재판장 윤재윤)는 16일 국가가 김씨 유족에게 45억7천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한 뒤 사건을 조작한 장세동씨와 김씨 살해범이자 전남편인 윤태식씨 등에게 이 돈을 물어내라며 낸 구상금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장씨는 9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윤씨에 대해서만 “4억5천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고 장씨와 전직 안기부 간부들에 대해서는 시효소멸 등을 이유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시 안기부의 정책결정과 집행에 관한 최종 결정권자였던 장씨는 전직 안기부 직원들로 하여금 수지 김 살해의 진실을 은폐·조작함으로써 김씨 유족들에게 간첩의 멍에를 씌우고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저지른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윤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반소 청구에서는 “국가가 윤씨에게 변절하지 못하도록 폭행과 협박 등으로 세뇌와 보안교육을 시키고 석방 후에는 15년간 사생활을 감시한 점이 인정된다”며 윤씨의 주장을 일부 인정해 “국가는 2천만원을 주라”고 판결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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