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일부승소 판결…“지배주주 전횡 통제 위한 질문 보장 의미 커”
지난 2004년 삼성전자 주주총회 때 소액주주들의 질문을 방해한 회사 쪽에 배상책임을 묻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2단독 신인수 판사는 16일 김상조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한성대 교수) 등이 “삼성전자가 주주 질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폭력을 행사했다”며 삼성전자와 윤종용 부회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회사와 윤 부회장은 연대해 13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신 판사는 판결문에서 “주주가 회사의 영업실적과 경영상태 등에 대한 필요한 정보를 얻는 주주질문권은 주주총회를 활성화·실질화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주주민주주의 실현과 회사의 경영투명성 제고에 도움을 주는 기능을 수행한다”며 “주총 진행을 맡은 윤 부회장이 보고사항에 관한 질문 내지 발언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은 소수 주주들의 주주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밝혔다. 그는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2005년 3월 배포한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13대 민간 대기업들은 총수일가 지분 3.4%만으로 기업집단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며 “이러한 대기업 소유지배 구조 아래서는 소수 주주 보호를 위한 주주질문권의 기능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신 판사는 주총 과정에서 소액주주 대표들에게 행해진 폭력에 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 그는 “주총 진행요원들이 발언중인 소액주주 대표들의 마이크와 서류, 회사 윤리강령이 쓰여진 플래카드를 강제로 빼앗고 주총장 바깥으로 끌어내려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신 판사는 또 윤 부회장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송호창 변호사(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부소장)에게 “저 친구 저거 정신병 아냐” “뭐요, 정신나간 사람들이네”라고 지칭한 것은 모욕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4년 2월27일 열린 삼성전자 주총에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김상조 소장과 송호창 부소장 등은 “이건희 회장, 이학수 이사, 김인주 부사장 등이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해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주가를 떨어뜨렸다. 회사가 이들에 대한 징계 조치를 강구하고 있느냐” “그룹 구조조정본부가 이학수 이사를 통해 한나라당으로 불법자금이 어떻게 진입됐는지 명백히 나와 있다”는 등의 발언을 했고, 이에 회사는 질서유지권을 발동해 이들의 발언을 제지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빚어졌다.
특히 주총이 끝난 뒤에도 진행요원들은 주총장 앞에서 기자회견 중이던 소액주주 대표들을 강제로 건물 바깥으로 끌어냈으며 이 과정에서 참여연대 한 간사가 넘어져 전치 2주의 부상을 입기도 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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