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8월 이후 23조 발행, 내년 4월 폐지
성인오락 '바다이야기' 대표의 구속으로 이어진 사행성 게임기 문제의 핵심에는 경품용 상품권이 자리잡고 있다.
게임장에서 사용되는 경품용 상품권은 작년 8월 '지정제'로 바뀐 이후 올해 5월말 현재 23조5천200여억원으로 발행 규모가 급증했다. 한 번 사용한 상품권을 재사용하거나 이른바 '딱지상품권'까지 합치면 성인오락실에서 유통되는 경품용 상품권의 실제 액수는 드러난 것보다 훨씬 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게임장에 경품용 상품권이 도입된 것은 2002년 2월. 문화관광부는 문화상품권과 도서상품권 두 종을 게임장 경품으로 허용했다. 당시 경품으로 사용되던 조악한 중국제 인형이나 장난감 등을 대체할 상품권을 도입함으로써 고객의 불만을 줄이고, 상품권을 영화관람이나 도서구입 등으로 활용할 경우 문화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된 이후 상품권 발행이 자유로워진 상황에서 게임기기 제작사나 게임장 운영자 등이 앞다퉈 상품권을 발행해 100여종이 난립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문화부는 작년 상반기 '경품용 상품권 인증제'를 도입했다가 인증 업체의 허위기재 내용 등이 밝혀지자 작년 7월 가맹점 수, 지급보증 능력 등이 있는 업체만 게임장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는 '지정제'로 바꿨다. 이에 따라 현재 19종의 지정 상품권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게임장 주변에서 경품용 상품권을 할인해 환전하는 행태가 그치지 않고, '바다이야기' 등 도박성 게임이 잇달아 등장하면서 사행성 오락물 시장은 오히려 급팽창했다. 경품용 상품권 발행규모는 2002년 2월 도입 이후 2004년 12월까지 4천억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작년 8월 1조84억원 규모였다가 10개월 사이에 무려 23배나 급증했다. 문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경품용 상품권이 업계의 악용으로 게임장의 사행성을 부추기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이처럼 부작용이 커지자 고위당정정책조정회의는 지난달 27일 게임장 경품용 상품권을 내년 4월께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상품권 폐지방침이 발표된 이후 다시 딱지상품권이 유통되는 등 불법 양상이 나타나 사행성 근절을 위한 근본적 대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게임장 상품권 발행사 선정과 관련해 야당은 부실·졸속심사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일각에서는 리베이트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문화부 관계자는 20일 "경품용 상품권 발행과 관련해 정치권이 제기한 리베이트 의혹 등은 근거없다"면서 "게임관련 문제는 이미 대책을 마련해 지난달 말 김명곤 장관이 발표한 바 있으며, 상품권 폐지와 관련해 업계가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낼 경우 적절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 (서울=연합뉴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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