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브로커들 1조8천억 발행…증권사·은행들도 ‘공모’
제3자 명의의 양도성예금증서(CD)를 이용해 자본 비율을 부풀리고 도급 순위를 높인 건설회사들과 이들에게 양도성예금증서가 발급되도록 알선해 준 브로커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김경수)는 20일 건설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은행과 증권사를 연계해 건설사 명의의 양도성예금증서가 발행되도록 알선해 준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증권사 직원 출신 이아무개(43)씨 등 5명을 구속기소하고, 5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또 양도성예금증서 사본 등을 유동자산으로 부풀려 건설협회에 제출한 혐의(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199개 중소 건설업체 대표와 법인을 약식기소했다.
이씨 등은 건설사 명의의 양도성예금증서이지만 실제 발행 대금은 증권사에서 조달하는 ‘제3자 명의 양도성예금증서’가 발행되도록 해주고 건설사로부터 1천만~2억원 가량의 수수료를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건설사들은 양도성예금증서 사본과 발행사실 확인서를 이용해 많은 유동자산을 보유한 것처럼 꾸민 회계자료를 건설협회에 제출해 시공 능력과 도급 순위를 매길 때 높은 점수를 따는 데 이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브로커와 함께 양도성예금증서 발행에 관여한 13개 은행의 102개 점포 담당자들과 7개 증권사 직원들에 대해서는 징계 조처를 하도록 금융감독원에 통보했다. 증권사 직원들은 건설사가 양도성예금증서 발행 대금 일부를 내면 그 차액만큼 낮아진 가격으로 양도성예금증서를 발행한 뒤 시중 가격대로 처분해 높은 수익을 냈고, 은행은 증권사에서 납입하는 돈을 예치해 달라는 브로커의 부탁을 받고 양도성예금증서 발행 대금을 유치해 수신고를 높여왔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런 방식으로 2004년 12월~2005년 6월 사이 브로커들과 건설회사들이 발행받은 양도성예금증서 규모가 1조8천억원어치에 이른다”며 “수수료를 챙긴 브로커와 발행 자금을 조달하고 수익을 올린 증권사, 수신고를 높이려는 은행 지점들이 공모해 수년 동안 금융질서를 훼손해 온 셈”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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