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직원들(등을 보이고 앉은 두 사람)이 2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문화관광부 게임음반팀 직원들을 상대로 경품용 상품권 발행업체 인허가 과정 등에 대한 현장 자료조사를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발의의원 “문화부·여당이 1년여 상정조차 막아”
감사청구 요청받은 감사원도 묵히다 조사 안해
감사청구 요청받은 감사원도 묵히다 조사 안해
성인 오락실 문제가 이 지경이 되도록 방치된 데는 국회와 감사원의 책임도 적지 않다. 로비 의혹의 핵심으로 떠오른 ‘상품권 선정’ 문제와 관련해 이미 지난해 6월 국회에 감사청구안이 발의됐으나 1년2개월 동안 처리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6월9일 박찬숙 의원(한나라당) 등 35명이 “상품권 인증 심사 전반에 걸친 엄정한 감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국회에 감사청구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청구안은 문화관광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난해 6월에는 문화관광부 쪽에서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경품 제공용 상품권 선정 관련 특별감사 검토 의견’이라는 제목의 문서가 국회에 나돌았다. 여기엔 ‘특별감사는 상품권 선정 결과가 나온 뒤에 결정해도 된다’며 감사청구안의 통과를 사실상 막으려는 내용이 있어 야당 의원들은 문화부와 여당이 조직적으로 감사청구안의 통과를 막으려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감사청구안 발의에 참여한 박찬숙 의원은 “당시에 철저하게 검증이 이뤄졌다면 문제가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은 당시에 감사청구안 통과를 막은 문화부와 여당 의원들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문화관광위원장이었던 이미경 의원실 쪽은 “인증 심사에 문제가 있다는 데는 문광위원 대다수가 공감했다”며 “여당 의원들은 국회 차원에서 조사한 뒤 미진하면 그때 가서 감사청구를 해도 늦지 않다고 보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5월에는 서울흥사단이 경품용 상품권 인증 과정의 비리 의혹을 걸어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했으나 감사원은 이를 7개월 넘게 묵히다 결국 감사를 시작도 하지 않은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서울흥사단은 △상품권 인증심사 과정에 배점의 무원칙과 불공정함 △부실한 회계자료를 근거로 한 평가 △정치권 및 브로커 개입 의혹 등을 이유로 문화부와 한국게임산업개발원(개발원)을 감사해 줄 것을 감사원에 청구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5개월여 동안 감사에 필요한 서류를 요청하거나 문화부와 개발원 실무자 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11월에야 감사 결정을 내렸지만 이미 수사가 시작돼 관련 서류는 모두 검찰에 넘겨진 뒤였다. 게다가 감사원은 석 달이 지난 올 1월 ‘미결 사안’을 해결한다며 서울흥사단 쪽에 전화를 걸어 “이미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상품권 제도가 인증제에서 지정제로 바뀌었으니 감사청구를 취소해 달라”고 요청했다. 감사원 감사청구조사단 쪽은 “지난해 상반기에 지자체 감사가 많아 일정을 하반기로 미룰 수밖에 없었다”며 “이미 검찰 수사 중이어서 감사원 내부규정에 따라 감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