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수수료 연간 1조8천억…발행자ㆍ환전소ㆍ게임장만 챙겨
게임장 한곳 월 이익 억대…`무자료 탈세 거래'에 금품로비 가능성
상품권 총판 "상품권 폐지되면 `대란'…차라리 영업포기할 판" 하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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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게임장이 전국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도박에 손댄 서민들은 경제적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게임장과 환전소 등은 그만큼 배를 불렸다.
이용자가 게임에서 승리해 받는 상품권을 환전할 때 떼이는 일정 수수료를 게임장, 환전소, 상품권 발행업체들만 나눠 가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용자가 단기간 급증함에 따라 상품권 발행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환전수수료 규모도 그만큼 급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마디로 바다이야기 게임은 상품권 수수료 놀음인 셈이었던 것이다.
전국의 성인오락실이 작년 12월 현재 1만5천곳으로 2002년 말에 비해 무려 50% 늘어난 것은 상품권 시장의 이같은 급팽창에 기인한 결과였다.
◇ `상품권=도박칩' 업자들만 수혜자 = 게임 이용자의 주머니돈을 직접 챙기는 이는 게임장 업주이지만 수입은 이게 전부가 아니다.
게임에서 이길 경우 받게 되는 5천원권 상품권은 액수 그대로 지불받는 게 아니라 10~20%를 수수료로 떼야만 현금화된다. 상품권 1장을 내면 이용자는 4천원~4천500원만을 지갑에 넣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서민들이 환전수수료로 부담하는 장당 500원~1천원은 당장은 환전소 몫으로 들어가지만 이후 상품권이 발행자→환전소→게임장 업주 순으로 순환되면서 각종 명목으로 분배된다.
이용자로부터 상품권을 받은 환전소는 이를 상품권 제조업체에 돌려줄 때 인쇄비와 발행 비용으로 1장당 50~70원을 주고 새 상품권을 받는다. 환전소는 이들 상품권을 게임장에 공급하는데 이때 장당 30~40원의 수수료를 뗀다.
환전된 상품권을 발행사에 반납하지 않고 바로 더 싼 가격으로 게임장으로 넘기거나 위조 상품권을 사용하면 발행사에 주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어 환전상과 게임장 업주는 그만큼 더 많은 이익을 남긴다.
종로에서 만난 한 환전상은 "정상적인 경로를 통한다면 환전소는 상품권 100장당 3만~7만원, 업소는 기계 1대에 하루 1만5천원 가량의 환전수익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 게임장 업주 한달수익만 억대 = 50대의 게임기를 가지고 24시간 운영하는 게임장이 있다고 가정하면 이 게임장에서는 통상 30대의 게임기가 사용되며 1시간당 한 게임기가 벌어들이는 돈은 1만원 가량 된다.
이 경우 이 매장의 하루 매출은 게임기 30대와 1만원, 24시간을 모두 곱한 720만원이 된다. 한달에 2억1천60만원을 벌어들인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무료 음료수 값과 인건비, 조명비 등을 제외해도 1억3천만원 안팎의 순이익이 남는다.
이 가게의 경우 월 환전수익은 2천250만원(1만5천원×50대×30일)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게임장 운영을 통한 수익의 20%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환전수익까지 합쳐 게임장 업주는 모두 1억5천250만원을 이익금으로 남기는 셈이 된다.
◇ 환전수수료만 연간 1조8천억…`무자료 거래' 소문 만연 = 게임산업개발원 등에서는 이런 식의 상품권 유통 과정에서 환전 수수료만 지난해 1조8천억원 가량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상품권이 이처럼 카지노의 `칩'처럼 사용되면서 영화나 연극 티켓, 책 등을 구입하는 원래의 용도는 잃어버렸다.
게임개발원 조사결과 전체 발행 상품권의 98.5%가 환전용으로 사용되는 반면 1.5%만이 본연의 목적대로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상품권의 변질은 게임의 인기 급상승과 불법 프로그래밍으로 인한 당첨금 `뻥튀기'와 맞물리면서 상품권 시장의 급성장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 로비 의혹 가능성 = 작년 7월 이후 1년간 발행된 상품권은 한해 교육 예산과 맞먹는 30조원에 이른다. 이 같은 액수는 성인 게임기의 `무자료 거래'가 만연돼 있다는 업계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훨씬 더 커진다.
무자료 거래는 게임 제조사가 탈세를 위해 게임기를 문화관광부의 허가 없이 배급하는 것을 뜻한다.
결국 게임기의 절반이 무자료거래를 통해서 보급이 된 것이라면 30조원으로 추정되던 상품권 시장은 60조원에 이르는 거대 시장이었던 셈이 된다.
상품권 시장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거대해지자 상품권 발행업체로 참여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품로비설'도 무성해졌다.
`노다지'가 숨겨져 있는 상품권 시장에서 게임업체, 성인오락실, 상품권 발행업체와 총판 등이 이권 확보를 위해 정치권으로 로비를 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상품권은 경품 취급 게임장에서 귀금속류 등이 경품으로 지급된 것이 문제가 되자 2002년 2월 처음 도입됐다.
이후 100여종에 이르는 상품권이 난립함에 따라 2004년 12월 상품권 인증제가 도입됐지만 인증업체들에서 회계처리 부실 등의 문제가 발생하자 문화관광부는 작년 7월 다시 상품권 지정제로 전환하고 그해 8월부터 상품권 발행업체 19곳을 지정했다.
◇ `상품권 대란' 현실화될까 = 바다이야기 파문으로 경품용 상품권이 다시 여론의 도마에 오르자 정부는 내년 4월부터 경품용 상품권을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시중에 이미 돌고있는 상품권 규모를 감안하면 폐지 방침이 실행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품권 업계는 현재 시중에 유통 중인 상품권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이 상품권 제도가 폐지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8개월 정도여서 관련업계는 대량의 상품권을 보유하고 있는 게임업소와 상품권 발행업체의 줄도산이 예상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김민석 회장은 "상품권 폐지가 오히려 딱지상품권의 범람으로 이어지는 등 불법을 부추기는 역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상품권 총판들 사이에서는 상품권 대란이 코앞에 닥쳤다는 소문이 심심치 않게 돌고 있다.
상품권 발행업체인 A사는 지난해 말 보험회사의 지급보증 한도 이상의 상품권을 무단으로 발행했다가 대표가 검찰에 구속됐고, 이후 이 회사의 상품권을 취급하는 총판들은 상품권을 현금으로 상환받지 못하게 될까봐 안절부절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 회사가 부도라도 난다면 총판들이 가지고있는 상품권은 휴지조각이 될 수밖에 없는 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상품권 업체가 검찰의 수사에 직격탄을 맞아 흔들리거나 제도 폐지를 앞두고 도산이 이어진다면 예전에는 돈이나 다름이 없었던 상품권이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으로 변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시중에 유통되는 상품권의 물량은 업계의 주장보다 적은 4천억원 규모로 파악하고 있다"며 "서울보증보험의 담보율 확보 비율이 유통 물량의 50%에 육박하고 발행회사들이 유보한 상환준비금도 비슷한 수준으로 높기 때문에 상품권 대란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김병규 기자 bkkim@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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