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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바다이야기 ‘1.1버전’ 편법으로 심의통과

등록 2006-08-23 07:06

‘새 등급분류’ 절차대신 ‘일부변경’으로 위장 신청
성인오락기 ‘바다이야기’가 편법으로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를 통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규 등급분류 심의 대상인데도, 기존에 통과된 오락기의 일부 변경 내용에 대해서만 심의를 받는 변경심의를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이 시기 게임물 등급분류소위 위원 7명 가운데 4명이 갓 위촉된 신임 위원이어서, 기존의 소수 위원 중심의 서류만 검토한 졸속 심의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수상한 버전 변천사=18살 이용가로 심의통과된 바다이야기는 모두 4개로, 버전 ‘1.0’, ‘1.1’(이상 2004년 12월), ‘2.0’(2005년 8월)은 ‘신규 심의’를 받았고, ‘1.1 변경’(2005년 4월 통과)은 오락기 일부 내용에 대한 부분 심의만 받고 통과됐다. 그 가운데 현재 시장을 점령한 핵심 기종은 ‘1.1 변경’ 버전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 1.1 변경 버전은 넉달 뒤에 신규 통과된 2.0과 별 차이가 없다”며 “변경심의가 아닌 새 등급심의 대상인데 편법 통과됐다”고 말했다. 새 경품고시 등에 연동한 일부 내용을 넘어 오락기 사양 자체를 구분하는 게임 아이템, 진행 내용까지 바꾼 새 버전으로서 신규 등급심의를 받아야 했다는 주장이다.

개발업체는 오락기의 심의 속도에 운명을 건다. 영등위의 심의물이 적체된데다 비슷하게 개발될 유사 오락기를 얼마나 앞서느냐에 따라 수익이 천양지차로 벌어지기 때문이다. 이전 스크린 경마의 아성을 순식간에 무너뜨리며 사행성 오락시장을 점령한 바다이야기의 주력 기종은 ‘1.1 변경’ 버전이다. 반면 2005년 4월 신규 신청돼 4개월 만에 겨우 통과된 ‘2.0’은 정작 이후 1년 동안 한 대도 팔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심의위원인 유청산(34)씨는 “바다이야기를 변경 승인할 당시, 일부 위원이 신규 신청과는 다르게 간단한 서류로만 심의해도 된다는 주장을 합리화해 기계는 보지도 않고 무작정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바다이야기가 생명을 얻은 배경이다.

수상한 그때 영등위=‘바다이야기 1.1 변경’ 버전이 심의통과될 당시 영등위의 아케이드게임 소위 위원 7명 가운데 4명이 그해 1월에 갓 부임한 신임이었던 것으로도 확인됐다. 소위 위원이었던 유씨는 그때 상황을 정리한 글에서 “1월 위촉된 첫날부터 충분한 교육도 없이 심의를 하게 됐다”며 “일부 심의위원의 주장에 어떤 의견도 제시할 수 없었고, 하더라도 묵살되기 일쑤였다”고 털어놓았다.(사진 참조)

그는 2005년 초 게임물 세부규정을 만들 때도 사행성을 제한할 수 있는 ‘확률제한’ 등을 거론했지만 영등위 사무국 간부나 일부 심의위원이 묵살했다고 말했다. 특히 사무국의 한 간부는 이런 지적에 대해 “의자를 걷어차며 일부 심의위원을 모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유씨는 “하루에 50~100건의 심의물을 매일 처리하는 강행군을 해야만 했다”면서도 “게임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정책의 공백이 오늘의 도박공화국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직접 오락실에 나가 심의를 통과한 ‘바다이야기’에서 250만원이 (배당금으로) 터지는 것을 보고, ‘2.0’버전 심의 때는 (이런 고도의 사행성을 보장하는) 예시·연타의 문제점을 언급했다”고 했다. 하지만 ‘2.0’ 버전 역시 유씨가 사퇴한 뒤 결국 통과됐다.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관계자는 “바다이야기 1.1 변경 버전이 지금 상황이라면 통과 안 됐을 텐데, 결국 그 오락기가 주도해 상품권이 과다 배출되는 환경도 다져졌다”고 말했다. ‘바다이야기’는 햇빛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 애초 호미로 막을 수도 있었을 사태를, 현재 온 정치권이 ‘남탓’ 하며 굴착기로 막고 있는 형국이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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