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행성 게임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경품용 상품권 업체에 지급 보증을 선 서울 종로구 연지동 서울보증보험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한나라당의원들은 심사 선정 의혹을 제기하며 이곳을 방문하려다 취소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검찰 칼끝 문화부·게임개발원 정조준
로비과정에 정치권 개입 가능성도 주목
로비과정에 정치권 개입 가능성도 주목
상품권업체 압수수색 배경
성인오락기 관련 비리를 수사 중인 검찰이 24일 상품권 업체 19곳을 전부 압수수색한 것은 상품권 업체 지정을 둘러싼 로비 단서를 포착한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는 상품권 관련 정책을 입안·집행한 문화관광부와 상품권 지정 권한을 문화부로부터 위임받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을 정조준하고 있는 양상이다.
상품권 인증·지정 과정을 둘러싼 각종 로비 의혹은 이미 업계에서는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문화부는 사행성 오락기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면서 가맹점도 없는 ‘딱지 상품권’이 사실상 도박칩으로 사용되자, 2005년 3월 22종의 상품권만을 합법적인 것으로 인정하는 ‘인증제(허가제 성격)’를 도입했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인증을 받기 위해 모두 거짓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나자 ,같은해 7월 서울보증보험의 지급보증 등의 요건을 갖추면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는 ‘지정제(등록제 성격)’를 도입했다. 새로 19곳이 상품권 발행업체로 선정됐지만, 인증이 취소됐던 22개 업체 가운데 11개가 고스란히 포함돼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업체들이 상품권 사업에 목을 맨 것은 상품권 업체로 지정만 되면 떼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상품권에는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어 오락기 이용자에게 경품으로 지급되면 다시 경품용으로 쓸 수 없다. 따라서 환전소를 통해 수거된 상품권은 다시 새 것으로 교체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품권 업체는 상품권을 새 것으로 바꿔주면서 1장당 50원의 수수료를 받았다. 인쇄비용 20원을 빼더라도 상품권 1장을 발행할 때마다 30원의 순익이 남는 셈이다. 검찰은 이런 안정적인 수익 구조에 업체들이 주목하면서 경쟁이 심해져, 결국 주무부처인 문화부와 상품권 지정 권한을 갖게 된 한국게임산업개발원에 로비가 집중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문화부 등에 대한 로비 과정에서 정치권 인사들이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상품권 인증제 및 지정제가 도입됐던 시기의 문화부 정책결정 라인은 정동채 장관-배종신 차관-곽영진 문화산업국장이었다.
검찰이 19개 상품권 업체 전부를 압수수색한 것은 단순히 상품권 업체의 개별 비리를 살펴보려는 차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는 “옥석을 가리지 않고 압수수색을 한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자료를 검토한 뒤에 압수수색에 나섰다. 근거가 없으면 압수수색 영장이 나왔겠냐”고 답했다. 검찰 수사가 상품권 업체 지정을 둘러싼 구조적 비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내비치는 대목이다. 상품권 업체의 수상한 자금을 쫓는 ‘출구조사’를 통해 로비의 최종 ‘목적지’를 찾겠다는 것이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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