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오락기 제조업체의 영상물등급위원회 로비유형
‘서류 바꿔치기’ 대가 수천만원설
성인오락기 등급분류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심의위원 말고도 심의업무를 보조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사무국 직원들까지 비리에 깊이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사무국 직원들의 비리는 보통 성인오락기 심의가 3~4달씩 걸리기 때문에 가능하다. 성인오락기는 얼마나 빨리 심의를 받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린다. 3~4개월이면 판가름이 나는 치열한 경쟁의 성인오락기시장에서 출시 시점은 결정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또 영세한 많은 제조업체들은 서둘러 기계를 팔아 현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다른 업체의 비슷한 오락기가 먼저 심의를 통과하면 개발비용을 모두 날려버리게 된다. 더욱이 영등위 심의통과 기간의 차이가 커지면서, 심의기간을 단축시키기 위해 제작업체들은 온갖 노력을 다 기울였다.
심의신청서류를 바꿔치기 한 ‘피에스001’의 경우, 이미 여러 업체들이 심의를 통과시킨 방식의 구형 기종으로 심의를 받고, 나중에 서류를 바꿔 심의를 받지도 않은 엉뚱한 새 기계를 파는 형태다. 심의신청서류 접수에서 심의까지 기다리는 3~4달 동안 신형 기계를 새로 개발해서 심의 직전에 심의신청 내용을 바꾸는 경우도 여러 건 확인됐다. 역시 대기시간을 단축시키기 위한 꼼수다. 업계에서는 사무국 직원들이 이처럼 서류를 바꿔주는 대가로 2~3천만원씩 챙긴다는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있다.
심의를 최종 결정하는 소위원회 위원들의 전문성이 부족한 것도 사무국 직원들의 비리를 부추기는 요소다. 소위원회 위원들은 성인오락기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심의를 할 때 예심위원들의 의견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따라서 이들 예심위원들도 업체들의 로비 표적이 되고 있다. 영등위 소속 공익요원 하아무개(28)씨가 업체한테 거액을 받은 것도 예심위원한테 전달해달라는 청탁과 함께였다. 그러나 이들 예심위원들의 생사여탈권은 영등위 사무국에 있다. 사무국은 예심위원들은 언제든지 해촉하거나 신규로 임용할 수 있다. 한 전직 예심위원은 “사무국 직원들의 요구와 압력에 약할 수 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사무국 직원은 자주 접촉하는 아케이드게임소위 위원들과 친분을 이용해 직접 브로커 노릇을 하기도 한다. 지난해 4월 성인오락기 제조업자한테 1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홍아무개(58)씨도 당시 영등위 사무국 부장이었다. 성인오락기 비리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홍씨 말고도 사무국 직원 몇 명이 업체한테 심의청탁 대가로 뇌물을 받은 정황을 확보했다”며 “영등위 압수수색도 그런 정황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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