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부 ‘폐지’ 방침서 다섯달만에 ‘인증제’로
규제 방안 밝혔다가 반발 일면 철회 되풀이
규제 방안 밝혔다가 반발 일면 철회 되풀이
성인오락실 상품권 폐해가 확대되는 과정에는 불과 몇개월 사이 ‘폐지’와 ‘존속’ 사이를 널뛰듯 오간 문화관광부의 정책 혼선이 깔려있었다.
29일 〈한겨레〉가 입수한 문화부와 업계 사이에 오간 공문과 문화부 내부 자료 등을 보면, 2004년 7월 문화부는 딱지 상품권이 난립하고 환전 행위가 더해가자 경품 종류에서 상품권을 제외하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업계 쪽에서 인증제를 실시하자는 대안을 들고 나오자 다섯달만에 애초 방침을 뒤집고 경품고시를 개정해 상품권 인증제 실시를 발표한 바 있다. (〈한겨레〉 8월24일치 5면 참조)
이후에도 일선 오락실 거리에서는 상품권 환전이 노골적으로 벌어지는 현상이 여전했다. 오히려 상품권 발행과 유통량만 폭발적으로 늘었다. 문제가 개선되지 않자 문화부는 2005년 7월 ‘상품권에 구멍을 뚫어 재사용을 막으라’는 내용의 관리 지침을 내보냈다. 그러나 국회 문광위에서 ‘현재 사용중인 오락기를 모두 바꿔야 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고는 지침을 철회해버리는 일도 있었다.
이어 같은해 9월 국정감사에서 정동채 당시 문화부장관은 “상품권 지정제도가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어 경품에서 상품권을 제외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2006년 1월 정례브리핑에서도 ‘여론 수렴을 거쳐 상품권의 존폐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로부터 석달 뒤 국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처리결과 보고서’를 통해서는 ‘상품권 지정제도가 정착단계에 있다’며 문화부는 말을 다시 바꿨다.
이러는 사이 사태가 커지자 김명곤 문화부장관은 지난달 27일 ‘사행성게임 근절 대책’을 발표하면서 “경품용 상품권을 폐지하고 향후 공청회와 입법예고 등을 거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번엔 성인오락실 관련 업계가 들고 일어섰다. 지난 17일 열린 ‘상품권제 폐지 공청회’는 업계의 강한 반발과 문화부의 무능력이 뒤엉키면서 결국 욕설과 폭언이 오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문화부가 ‘널뛰기식 상품권 정책’으로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허투루 시간을 보내는 사이 상품권 발행액은 올해 국방예산 23조원보다 많은 30조원을 넘어섰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한명숙 국무총리가 29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오락기 파문과 관련한 대국민사과문을 읽기 전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낸 정동채 열린우리당 의원이 29일 국회에서 “바다이야기 경품용 상품권 승인 당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사과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상임위원을 사퇴한다”고 말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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