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상품권 업체 지정 로비의혹 수사
성인 오락기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은 29일 김용환(48) 안다미로 사장의 서울 개인사무실과 집, 경기 파주시 공장 등 6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안다미로는 사장 김씨가 상품권 발행업체 인증 및 지정 권한을 가진 한국게임산업개발원의 이사로 일했던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김씨는 게임산업개발원에서 2004년 12월22일까지 이사로 일했고, 그가 운영하던 안다미로는 같은 달 31일 상품권 인증제가 도입된 직후 상품권 발행업체로 선정됐다.
안다미로는 지난해 7월 거짓 자료를 제출한 사실이 드러나 인증이 취소됐지만, 지정제로 상품권 정책이 바뀌면서 또다시 발행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김씨는 지난 1월부터 게임 관련 제조·유통업자 단체인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의 이사를 맡으면서 19개 상품권 업체들로부터 기금 명목으로 조성한 20억원을 로비자금으로 사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씨가 두차례에 걸쳐 경찰과 검찰의 내사를 받았던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청 특수수사과는 지난해 초부터 김씨가 문화관광부 간부에게 “상품권 발행업체가 되도록 도와달라”며 돈을 건넨 혐의에 대해 강도 높은 내사를 벌였지만 지난해 7월 무혐의 처분했다. 검찰도 지난 2004년 말 김씨가 영상물등급위원회에 로비를 벌인 혐의를 내사했으나 결국 무혐의 처리했다고 검찰 관계자가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 28일 어머니 명의로 상품권 업체 중 하나인 코윈솔루션의 주식 1만5천주를 보유한 권기재(48) 전 청와대 행정관의 집도 압수수색했다. 코윈솔루션은 지난해 12월 상품권 발행업체 지정 과정에서 탈락했다 20일 만에 다시 선정된 것으로 확인돼, 이 과정에서 권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이 의혹은 (이번 사건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보인다”고 밝혀, 권씨를 둘러싼 의혹을 규명할 단서를 확보했음을 내비쳤다. 검찰은 곧 권씨를 불러 상품권 지정 과정에서 어떤 구실을 했는지 등을 추궁할 계획이다.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된 뒤 인쇄까지 겸업한 씨큐텍도 검찰의 일차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씨큐텍은 지난해 8월 상품권 발행업체로 지정된 뒤 인쇄까지 도맡아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상품권 발행과 인쇄를 함께 하면 보증 한도를 넘긴 상태에서도 발행이 가능하며, 일련번호가 같은 중복 상품권을 발급하는 등 불법 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지적되자, 게임산업개발원은 올해 2월 규정을 고쳐 이 회사의 겸업을 금지하기도 했다.
이밖에 이해찬 전 총리와 지난 3·1절에 골프를 함께 친 박원양씨가 대표로 있는 삼미나, 상품권 초과 발행 의혹을 받고 있는 싸이렉스와 해피머니아이엔씨 등도 우선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인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상품권 발행업체 19곳 모두 수사 대상이지만 혐의가 드러난 곳부터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바다이야기’ 개발·제조업체인 에이원비즈와 지코프라임의 수익 가운데 사용처가 불분명한 400억여원의 행방을 찾고 있다. 이인규 3차장은 “이 회사 법인계좌에서 돈이 들고난 액수 등을 합치면 계좌추적 대상은 5천억원 정도”라며 “이 돈의 사용처를 밝히는 데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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