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말많고 탈많은’ 섹스박람회 가보니

등록 2006-08-31 19:01수정 2006-08-31 22:52

행사 줄줄이 취소…곳곳 환불 시비 ‘파장 분위기’
“‘성 상품화’란 비판 논리 하나로 이렇게까지 공격당할 줄 몰랐어요. 음지에서만 향유되는 성을 밖으로 좀 꺼내서 어른들의 축제를 만들겠다는 취지 자체가 사라졌습니다. 뚜껑도 열기 전에 폭격을 맞은 격이죠.”

국내 최초의 ‘성 문화상품 박람회’를 내걸었던 ‘2006 서울 섹스 에듀 엑스포’(섹스포)의 행사 코디네이터 가운데 한명인 손아무개 실장이 쏟아놓은 푸념이다. 그는 “알맹이 행사를 다 취소하면서 성인 축제가 결국 유치원 수준 축제가 돼버렸다”고도 했다.

‘섹스포’가 열린 31일 오전 서울 대치동의 서울무역전시컨벤션센터(세텍·SETEC) 전시장은 첫날인데도 마치 파장한 양 한산했다. 정오께 안팎을 드나드는 관람객은 200여명 수준이었고 그 가운데 상당수는 기자들이었다. 주최 쪽은 이날 이곳을 찾은 시민들의 전체 숫자도 밝히지 않았다.

이번 행사는 일부 여성단체가 ‘여성 상품화와 여성 인권 침해’라고 비판하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주최쪽은 성인 행사를 꾸며줄 모든 행사를 실제로 취소했다. 세미 스트립쇼, 유명 잡지 모델의 누드 사인회는 물론 트랜스젠더 선발대회, 란제리 패션쇼, 연인 즉석키스 대회, 미스 섹스포 선발대회까지 한 묶음으로 취소됐다.

매표소엔 “당사 사정에 의해 이번 행사와 관련한 부대 이벤트 행사를 취소하게 됨을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글귀가 붙어 있었다.

세 구역으로 나눠진 전시장엔 100개 남짓의 성 상품·의약품 판매장만 가득했다. 판매원들도 이런 분위기 탓인지 호객 행위조차 주저했다. 매표소에 들렀던 60대 남성 일행 3명은 “원래 행사들이 다 취소됐는데 입장료가 무슨 1만원이냐”며 발길을 돌렸다. 전시장 안에서 만난 최아무개(55·서울 강남구 대치동)씨도 “성인용품점 구경하면서 돈 내는 거 봤냐”며 따지기도 했다.

장삿속이든, ‘성’을 주제로 한 성인들의 난장이든 주최 쪽의 의도는 행사 연기와 여성단체의 반대 등을 거치면서 결딴났다. 행사장은 길거리 성인용품점을 모아놓은 커다란 섹스용품장으로 변했다.

일부 여성단체들의 주장은 단호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의 김민혜경 활동가는 “그동안 성은 남성적 성과 욕망으로서만 얘기되며 소비되어 왔고 ‘섹스포’도 그 중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전시장에 여성을 위한 행사나 내용이 있었냐”고 되물었다.


실제로 전시장의 도우미는 모두 젊은 여성들이고 손님은 대개 남성들이었다. 주요 행사들이 취소되자 관람객들은 오후 1시께 전시장 앞에 모여 환불을 요청했다. 물론 대부분 남자였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