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행성 게임비리 의혹과 관련한 검찰의 수사와 감사원의 감사가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의 핵심을 파고들고 있다.
검찰은 5일 유진룡 전 차관을 비롯해 경품용 상품권 도입과 고시 개정 과정에 관여했던 문화부 직원 6-7명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사행성 게임 사태의 진원지 가운데 하나인 경품용 상품권을 둘러싼 의혹을 벗기기 위해 본격적으로 채비를 하고 나선 것이다.
4일부터 문화부의 게임정책을 감사하고 있는 감사원도 출국금지된 유진룡 전 차관을 비롯해 남궁진, 정동채 전 장관까지 포함해 관계자들을 광범위하게 조사할 계획이어서 사행성 게임비리 의혹이 머지않아 전모를 드러낼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의 수사와 감사원의 감사가 본격화한 시점에 게임정책의 오류가 어디에 있는지 이번 사태의 핵심인 경품용 상품권과 게임관련 제도를 중심으로 짚어본다.
◇경품용 상품권 제도 = 검찰이 유진룡 전 차관을 비롯해 문화부 공무원 6-7명을 출금조치한 것은 이 부분에 개인비리와 정책적 오류가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경품용 상품권은 남궁진 전 장관이 재직하던 2002년 2월 문화부의 '경품취급기준고시'와 함께 도입됐다. 문화상품권·도서상품권·호텔시설이용권이 게임장 경품용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에 대해 남궁 전 장관은 "2001년 9월 장관에 취임했을 때 이미 제도가 입안돼 있었다"며 "취임 후에 이 문제를 논의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남궁 전 장관의 주장대로라면 김한길 전 장관 때 제도도입을 위한 검토를 마쳤다는 이야기다. 그는 이듬해 2월 '경품취급기준고시'에 결재만 한 셈이다.
경품용 상품권 제도를 도입한 배경이 월드컵 대회를 앞둔 2001년 관광호텔들의 외국인 관광객 예약 거부 움직임과 연결된다는 점도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관광호텔들은 슬롯머신과 증기탕 영업 정지로 경영위기를 겪자 월드컵 대회와 연계해 집단행동을 벌였다. 당시 주무국장이던 유 전 차관은 5일 "그 제도를 도입할 당시에는 게임기에 상품권 배출기능이 없었고, 상품권은 경품용 곰인형을 대신한 것이었다"며 제도 도입의 취지는 좋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100여 종에 이르는 '딱지상품권' 문제로 이어졌고, 문화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인증제와 지정제로 전환했지만 이미 '도박용 칩'으로 변질된 경품용 상품권은 전국을 도박장으로 만든 주범이 됐다. 사행성 게임 '스크린 경마'의 확산과 함께 '딱지상품권'이 사회문제화한 2004년 12월 도입돼 이듬해 3월 22개사를 발행업체로 선정한 인증제는 문화부의 '정책적 오류'를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이끌었다. 규모를 짐작할 수 없는 환전용 딱지상품권이 제도권으로 진입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거지기 시작한 외압·로비 의혹은 그해 7월 지정제로 전환하면서 오히려 증폭됐다. 문화부가 경품용 상품권 지정 권한을 민간기구인 게임산업개발원에 넘긴 것은 '딱지상품권' 이후 불거진 상품권 문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감사원은 파악하고 있다. 문화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정 권한을 위탁했다고 주장하지만 두 개 법무법인의 의견서는 지난달 29일 한나라당 진상조사특위의 방문조사 등에서 제도도입 후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부는 2004년 상반기에 경품용 상품권의 폐지를 검토했다가 업계의 반발과 발행·유통과 관련한 대규모 소송 등 후유증을 우려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다가 인증제를 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행성 게임 근절 의지 있었나 = 감사원은 지난달 21일부터 시작한 예비감사를 통해 문화부가 게임산업 활성화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규제를 소홀히 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룡 전 차관은 재직시 국회 답변과 게임정책 브리핑 등을 통해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문화부는 2004년 '바다이야기' 심의통과에 앞서 영등위에 다섯 차례 공문을 보내 사행성 게임물의 규제강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전 영등위원들은 문화부가 2004년 5월10일 보낸 공문에서 오히려 규제완화를 요구했다고 상반된 주장을 펴왔다. 문화부가 5월10일 보낸 공문은 영등위가 정한 배당률 20배를 문화부가 100배로 높이라고 하는 등 사행성 게임 심의기준을 완화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지어 이 공문은 어린이 이용 가능 게임에 상품권 티켓 등을 경품으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도 문화부가 삭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돼 있다. 물론 이 공문에 대한 문화부의 해석은 전혀 다르다. 어린이 이용 가능 게임 관련 조항은 중복 규제여서 삭제하라고 했던 것이고, 영등위의 최고 배당률 20배 기준은 도박자 사이에 60대를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 부분과 연계할 때 문화부가 제시한 경품한도 2만원보다 오히려 사행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부와 영등위가 벌여온 규제완화 공방은 감사원의 면밀한 감사를 통해 가려져야 할 것이다. '바다이야기' 사태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해명할 핵심인물로 지목돼온 유 전 차관은 영등위에 '바다이야기' 심의통과를 불허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사행성 게임 사태가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대표적 사례다. 그는 '바다이야기'가 심의를 통과할 때는 주무국장도 아니었고, 미국 연수에서 돌아온 직후여서 전후관계를 모른다고 분명히 밝혔다. 다만 "'스크린경마'가 진화해 '바다이야기'가 나왔고 이어 사행성 PC방이 생겨난 것처럼 특정 게임을 막을 경우 풍선효과로 새로운 사행성 게임이 생겨나기 때문에 문화부는 심의 불허를 통해 근본적으로 사행성 게임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물의 등급분류 권한은 독립기관인 영등위가 갖고 있어서 이런 제도적 허점 때문에 (문화부가) 사행성 게임을 막지 못한 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개인비리인가 시스템의 문제인가 = 사행성 게임 사태는 고비마다 정책적 오류가 있었고, 그런 오류를 비집고 여러 비리 의혹이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경품용 상품권 최초 도입과정은 문화산업 육성의 이면에 관광호텔 내 게임장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있었다. 상품권 인증제와 지정제 도입과정에는 업계의 반발, 상품권 시장의 혼란, 대규모 소송 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해 이미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환전용 상품권 문제를 미봉책으로 덮었다. 유 전 차관이 "사행성 게임 문제에 대한 정책은 문화부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나 개인과 연결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한 것을 거꾸로 해석하면 게임 사태를 몰고온 모든 정책적 오류는 결국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알려준다. 검찰은 경품용 상품권과 관련해 정책적 오류는 물론 개인비리에 대한 첩보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인의 비리와는 달리 거대 조직 속에 얽히고 설킨 정책적 오류의 책임소재를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바다이야기' 사태는 문화부 내에서 관련 정책 전문가가 부족한 데서 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건복지부의 공중위생법으로 관리해온 게임관련 업무가 문화부로 이관된 것은 1998년. 이듬해 '음반 비디오 및 게임에 관한 법률'(음비게법)이 제정됐고 문화부 내 영상음반과, 게임음반과 등에서 관련 업무를 맡았지만 전문적 기술관료는 없었다. 이번에 사행성 게임 사태가 벌어지자 주무팀인 게임산업팀은 국회와 감사원 등의 자료요청에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불과 2-3년전 벌어진 '바다이야기' 심의문제나 경품용 상품권 제도의 변경 등에 대해 제대로 답할 공무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문화부는 다른 부서로 옮겨간 게임관련 전직 공무원들을 불러모아 대책반을 꾸려야 했다. 이처럼 일반 공무원들의 잦은 순환 근무로 문화부는 게임업무가 이관된지 7-8년간 관련 노하우를 제대로 쌓을 겨를도 없었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게임물 심의기준을 만들고 경품용 상품권제를 도입 과정 등에서 문화부가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업계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고, 이런 취약한 정책 시스템이 사행성 게임 사태를 몰고온 근본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 (서울=연합뉴스)
경품용 상품권 제도를 도입한 배경이 월드컵 대회를 앞둔 2001년 관광호텔들의 외국인 관광객 예약 거부 움직임과 연결된다는 점도 되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관광호텔들은 슬롯머신과 증기탕 영업 정지로 경영위기를 겪자 월드컵 대회와 연계해 집단행동을 벌였다. 당시 주무국장이던 유 전 차관은 5일 "그 제도를 도입할 당시에는 게임기에 상품권 배출기능이 없었고, 상품권은 경품용 곰인형을 대신한 것이었다"며 제도 도입의 취지는 좋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제도는 100여 종에 이르는 '딱지상품권' 문제로 이어졌고, 문화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인증제와 지정제로 전환했지만 이미 '도박용 칩'으로 변질된 경품용 상품권은 전국을 도박장으로 만든 주범이 됐다. 사행성 게임 '스크린 경마'의 확산과 함께 '딱지상품권'이 사회문제화한 2004년 12월 도입돼 이듬해 3월 22개사를 발행업체로 선정한 인증제는 문화부의 '정책적 오류'를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이끌었다. 규모를 짐작할 수 없는 환전용 딱지상품권이 제도권으로 진입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거지기 시작한 외압·로비 의혹은 그해 7월 지정제로 전환하면서 오히려 증폭됐다. 문화부가 경품용 상품권 지정 권한을 민간기구인 게임산업개발원에 넘긴 것은 '딱지상품권' 이후 불거진 상품권 문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감사원은 파악하고 있다. 문화부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지정 권한을 위탁했다고 주장하지만 두 개 법무법인의 의견서는 지난달 29일 한나라당 진상조사특위의 방문조사 등에서 제도도입 후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문화부는 2004년 상반기에 경품용 상품권의 폐지를 검토했다가 업계의 반발과 발행·유통과 관련한 대규모 소송 등 후유증을 우려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다가 인증제를 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행성 게임 근절 의지 있었나 = 감사원은 지난달 21일부터 시작한 예비감사를 통해 문화부가 게임산업 활성화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규제를 소홀히 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유진룡 전 차관은 재직시 국회 답변과 게임정책 브리핑 등을 통해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을 퇴출시켜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문화부는 2004년 '바다이야기' 심의통과에 앞서 영등위에 다섯 차례 공문을 보내 사행성 게임물의 규제강화를 촉구했다. 그러나 전 영등위원들은 문화부가 2004년 5월10일 보낸 공문에서 오히려 규제완화를 요구했다고 상반된 주장을 펴왔다. 문화부가 5월10일 보낸 공문은 영등위가 정한 배당률 20배를 문화부가 100배로 높이라고 하는 등 사행성 게임 심의기준을 완화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심지어 이 공문은 어린이 이용 가능 게임에 상품권 티켓 등을 경품으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한 조항도 문화부가 삭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돼 있다. 물론 이 공문에 대한 문화부의 해석은 전혀 다르다. 어린이 이용 가능 게임 관련 조항은 중복 규제여서 삭제하라고 했던 것이고, 영등위의 최고 배당률 20배 기준은 도박자 사이에 60대를 연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 부분과 연계할 때 문화부가 제시한 경품한도 2만원보다 오히려 사행성이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문화부와 영등위가 벌여온 규제완화 공방은 감사원의 면밀한 감사를 통해 가려져야 할 것이다. '바다이야기' 사태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해명할 핵심인물로 지목돼온 유 전 차관은 영등위에 '바다이야기' 심의통과를 불허하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것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사행성 게임 사태가 사실과 다르게 알려진 대표적 사례다. 그는 '바다이야기'가 심의를 통과할 때는 주무국장도 아니었고, 미국 연수에서 돌아온 직후여서 전후관계를 모른다고 분명히 밝혔다. 다만 "'스크린경마'가 진화해 '바다이야기'가 나왔고 이어 사행성 PC방이 생겨난 것처럼 특정 게임을 막을 경우 풍선효과로 새로운 사행성 게임이 생겨나기 때문에 문화부는 심의 불허를 통해 근본적으로 사행성 게임 자체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물의 등급분류 권한은 독립기관인 영등위가 갖고 있어서 이런 제도적 허점 때문에 (문화부가) 사행성 게임을 막지 못한 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개인비리인가 시스템의 문제인가 = 사행성 게임 사태는 고비마다 정책적 오류가 있었고, 그런 오류를 비집고 여러 비리 의혹이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경품용 상품권 최초 도입과정은 문화산업 육성의 이면에 관광호텔 내 게임장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있었다. 상품권 인증제와 지정제 도입과정에는 업계의 반발, 상품권 시장의 혼란, 대규모 소송 등에 대한 우려가 작용해 이미 폐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난 환전용 상품권 문제를 미봉책으로 덮었다. 유 전 차관이 "사행성 게임 문제에 대한 정책은 문화부 차원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나 개인과 연결시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한 것을 거꾸로 해석하면 게임 사태를 몰고온 모든 정책적 오류는 결국 조직적으로 진행됐다는 것을 알려준다. 검찰은 경품용 상품권과 관련해 정책적 오류는 물론 개인비리에 대한 첩보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개인의 비리와는 달리 거대 조직 속에 얽히고 설킨 정책적 오류의 책임소재를 밝혀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바다이야기' 사태는 문화부 내에서 관련 정책 전문가가 부족한 데서 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건복지부의 공중위생법으로 관리해온 게임관련 업무가 문화부로 이관된 것은 1998년. 이듬해 '음반 비디오 및 게임에 관한 법률'(음비게법)이 제정됐고 문화부 내 영상음반과, 게임음반과 등에서 관련 업무를 맡았지만 전문적 기술관료는 없었다. 이번에 사행성 게임 사태가 벌어지자 주무팀인 게임산업팀은 국회와 감사원 등의 자료요청에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불과 2-3년전 벌어진 '바다이야기' 심의문제나 경품용 상품권 제도의 변경 등에 대해 제대로 답할 공무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문화부는 다른 부서로 옮겨간 게임관련 전직 공무원들을 불러모아 대책반을 꾸려야 했다. 이처럼 일반 공무원들의 잦은 순환 근무로 문화부는 게임업무가 이관된지 7-8년간 관련 노하우를 제대로 쌓을 겨를도 없었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게임물 심의기준을 만들고 경품용 상품권제를 도입 과정 등에서 문화부가 주도권을 갖지 못하고 업계에 휘둘릴 수밖에 없었고, 이런 취약한 정책 시스템이 사행성 게임 사태를 몰고온 근본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천기 기자 ckchung@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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