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오락기 의혹 사건과 관련해 5일 출국금지를 당한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이 가족들에게 피해를 주기 싫다며 이날 서울 구의동 자택을 나와 지방으로 떠나고 있다. 연합뉴스
2002년엔 계좌추적 미진…상품권 실무라인도 수사
검찰이 유진룡 전 문화부 차관을 출국예정일 전날 밤 전격 출국금지함에 따라 성인 오락기 의혹에 대한 수사가 유 전 차관을 향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일 밤 일부 방송에 “유 전 차관이 5일 출국할 것”이라는 기사가 나간 뒤 즉각 출금 조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유 전 차관의 출금 이유에 대해 “상품권 업체로부터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과 당시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의문을 풀어줄 중요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의 유 전 차관에 대한 조사는 두 갈래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하나는 유 전 차관이 2002년 문화산업국장에 있으면서 경품용 상품권 도입과 관련해 김용환 안다미로 대표한테서 돈 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이와 관련해 유 전 차관은 지난해 경찰청의 내사를 받았으나 별다른 혐의가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김용환씨가 유 전 차관을 비롯한 문화부 관계자들에게 1억원을 건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김씨와 그 가족의 계좌를 뒤졌다”며 “혐의가 확인이 안돼서 유 전 차관을 소환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유 전 차관에 대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된 게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사팀 관계자는 “계좌추적하다가 현금으로 빠져나가 버리니까 그냥 두 손을 들어버리고 말았다. 사실상 내사를 하다가 만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당시 내사기록에 대한 검토 작업이 끝나는대로 재수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유 전 차관을 상대로 문화부가 2002년 경품용 상품권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어떤 정책적 잘못을 했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유 전 차관은 당시 성인 오락실에서 문화상품권을 경품으로 제공할 수 있도록 문화부의 고시를 바꾸는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에 있었다. 당시 문화부는 오락실 업주들의 요구와 아케이드 게임산업의 활성화를 유도한다는 명목으로 경품용 상품권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그해 하반기부터 가맹점 없이 환전만을 위해 유통되는 ‘딱지 상품권’이 범람하는 부작용이 발생하자 2004년 말 상품권 인증제를 도입했다.
검찰은 ‘딱지’ 상품권을 막아야 할 문화부가 오히려 이를 양성화한 것은 명백한 정책적 오류라고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상품권 시장에 진입하려는 업체들이 문화부를 상대로 광범위한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순혁 전종휘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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