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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필진] 금태섭 검사, 상식을 말하다

등록 2006-09-18 15:20수정 2006-09-18 15:24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금태섭 검사(39).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금태섭 검사(39).
왼손을 허리 춤에 지르고 엉거주춤 서 있다. 얼굴에는 장난스런 웃음이 가득하다. 눈가에 어려 있는 잔 주름 속 눈두덩은, 누군가를 응시한다. 사시 34회, 서울중앙지검 형사부 금태섭 검사(39)다.

"차라리 아무 것도 하지 말라!" 금태섭 검사는 말했다. 피의자에게 하는 소리다. 수사 제대로 받으려면 아무 것도 하지 말란다. 처벌을 기다리는 피의자는 의기소침 할 공산이 크다. 자신이 지은 죄가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잔뜩 주눅들어 있는 피의자에게는 천금(千金)같은 조언이다. "수사 밀행성의 원칙"이라는 게 있어서 피의자는 수사 진행 상황을 알 수 없다라고 한다. 처음 듣는 이야기다. 수사 팀 앞에 멀뚱히 앉아 있을 피의자에게 간절하고 유용한 지식이다. 진행 상황을 알려달라고 호소하는 피의자가 있다면 어찌할 것인가.

"변호사에게 맡기라!" 금 검사가 외치는 두 번째 팁(tip)이다. 피의자가 경험하는 곤혹스러움과 불안감을 지적하며 그는 조언했다. 피의자와 변호사가 맺는 관계는 "환자와 의사"의 관계와 같다라고 한다. 중병에 걸렸을 경우 의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 듯이, 피의자도 변호사에게 올인할 필요가 있단다. 모두 맡겨 버리라는 것이다. 쓸모있는 행동 지침이다. 진정 피의자가 원하는, 고단백을 함유(含有)하고 있는 상식 공개다. 법조계에 종사하는 법조인에게는 티끌 만한 상식일지도 모르지만, 평범한 소시민에게는 마치 '가뭄에 단 비같은' 지식이다.

누구나 피의자가 될 수 있다.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할 수밖에 없는 현대 사회에서, 법을 다루는 법조인은 강자다. 한국은 법치국가이고 누구나 법에 의한 지배를 받는다. 법 그물망에서 빠져나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법을 위반하고 제 멋대로 살아갈 수는 없다. 법 테두리 안에서 시민은 삶을 누린다. 문제는 시민 대다수가 자신을 지도하는 법에 대해 문외한이라는 것이다. 예로부터 OO대학 법학과는 이른바 엘리트만이 수학할 수 있는 곳으로 공식화 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현재도 법학과에 다닌다고 얘기하면 뛰어난 두뇌에 감탄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이처럼 시민을 규율하는 법과 시민은 실질적으로 소외되어 있다. 간단히 말해, 시민이 정작 법 조문을 모른 채로 규율받고 있다는 얘기다.


소수 그룹이 지식을 독점하게 되면 사회는 퇴행한다. 특정 그룹만이 정보를 주무르고 휘두른다면, 가치 중립적인 지식은 특권화의 수순(手順)을 밟게 된다. 어려운 법률 지식은 특권화 된 지식의 전형(典型)이다. 일반인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하더라도 정확한 이해가 불가능하다면, 다시 검토되어야만 한다. 금 검사가 뱉어 놓으려고 하는 팁(tip)은 피의자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살아있는 지식이다.

검찰 내부에서 "금 검사의 행위는 징계감"이라는 말이 나왔다고 한다. 지금은 서비스 시대다. 법조계도 변해야 산다. 이미 사법고시 합격자가 1000명 가까이 되는 상황이다. 금 검사의 행위를 놓고 격려는 못 해줄 망정, 아직도 구시대적 특권 의식을 못 버리고 있는 일부 인사를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나올 따름이다. 금태섭 검사는 기죽지 말고 연재하라.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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