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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필진] 첨단미군기지와 맞선 녹두장군

등록 2006-09-18 15:49수정 2006-09-18 15:53

<청년학교>의 정수철 회원 작품입니다. 녹두장군 동상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운 집’은 평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집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획위원/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 2020gil@hanmail.net
<청년학교>의 정수철 회원 작품입니다. 녹두장군 동상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운 집’은 평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집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획위원/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 2020gil@hanmail.net
미군이 첨단기지를 세우겠다는 경기도 평택의 대추리와 도두리. 군을 동원한 강제철거의 짙은 먹장구름이 그 아름다운 땅을 짙게 드리우고 있습니다. 대추리와 도두리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경찰이 삼엄한 검문을 펴며 일일이 신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먹장구름 아래 대추리는 여기저기 파괴된 집들의 잔흔이 을씨년스럽게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대추리의 땅을 조그만 밟아 보아도 넘실대는 삶의 생명력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마을 곳곳에서 평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뜻이 묻어났습니다.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대나무를 엮어 만든 거대한 입상들, 허물어질 위기에 놓인 벽에 힘차게 그려넣은 대형 농민 벽화, 녹슨 철로 만든 숱한 표현물들은 대추리야말로 살아있는 ‘예술 마을’임을 깨닫게 했습니다. 완전히 무너진 것은 폐허 그대로, 반쯤 쓰러진 것은 텅 빈 그것대로, 하나하나가 두루 예술작품이었습니다. 더구나 벽 곳곳에는 이 땅의 시인들이 새긴 벽시가 보는 사람의 가슴을 파고듭니다.

대추리에서 보는 저녁 노을은 또 그것으로 시입니다. 이 땅에선 보기 드물게 해가 지평선으로 지는 노을을 감상할 수 있는 곳입니다. 더구나 그 땅의 역사는 핏빛 노을처럼 피로 얼룩져있습니다. 일제가 강점하던 시절에 농민들은 일본 군대에 땅을 빼앗겼습니다. 해방 후 미군기지 확장으로 다시 땅을 빼앗겼습니다. 바로 그 민중이 개펄을 등짐으로 메워 일군 땅, 그곳이 대추리와 도두리입니다. 평생 농사로 살아온 분들은 증언합니다. 손이 갈라지고, 등짐으로 등이 다 까지고, 먹을 것이 없어 배추를 물에 씻어먹으면서 개간했답니다. 노무현 정권은 그 땅에서 반세기동안 농사를 지어왔던 농민을 다시 내쫓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평화롭게 살아가는 농민들을 내쫓은 그 땅에 두고두고 화근이 될 첨단 미군 기지를 세우는 데 있습니다. 기실 전시 작전통제권 따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하고 남쪽에는 첨단무기를 팔아먹으려는 미국의 의도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입니다. 대한민국 경찰과 군 병력이 산산이 조각을 낸 대추 초등학교의 잿더미에서 울뚝밸이 치솟았던 까닭은. 잿더미가 된 학교 앞에는 죽창을 높이 든 녹두장군의 청동상이 홀로 남겨져 있었습니다.

녹두 전봉준. 1895년 일본 제국주의자와 그에 결탁한 조선의 썩어 문드러진 지배세력의 손에 참수당한 뒤, 이 땅은 식민지로 전락했습니다. 이 땅의 평화를 두고두고 위협할 첨단미군기지에 맞서 죽창을 높이든 녹두장군의 동상 앞에서 한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한 까닭입니다.

평화를 위협할 미군 기지가 꼭 대규모 첨단시설로 평택에 건설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이 땅에선 제대로 된 토론조차 없었습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대다수 사람들이 모르는 가운데 저 평택의 핏빛 노을을 녹두장군이 외롭게 지키고 있었습니다.

<청년학교>의 정수철 회원 작품입니다. 녹두장군 동상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운 집’은 평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집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획위원/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 2020gil@hanmail.net
<청년학교>의 정수철 회원 작품입니다. 녹두장군 동상 가까이에 있는 ‘아름다운 집’은 평화를 지키려는 사람들의 집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획위원/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장 2020gil@hanmail.net
친미사대 신문과 방송이 진실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해서 혹 당신이 방관하는 것은, 도둑을 맞으려면 개도 짖지 않는다는 저 노무현 대통령의 무책임한 태도와 다를 바 없습니다. 더구나 황당한 ‘바다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 땅의 평화, 이 땅의 전쟁 이야기입니다. 평화마을의 아름다운 집에서 당신께 띄웁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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