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우즈베키스탄공화국의 사마르칸트에서 만난 왕산 허위 선생의 손녀 허로자(80·왼쪽)씨와 그를 돌보고 있는 조카 최나타샤(49)씨. 이들은 “지난해 한국 대사관이 보상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담당 영사가 ‘관련 서류를 잃어버렸으니 새로 오는 영사에게 다시 요청하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로자씨 ‘애국지사 허형 친딸’ 인정받아
정부, 작년 신청 퇴짜 놨다 이제야 “지급”
정부, 작년 신청 퇴짜 놨다 이제야 “지급”
항일 명문가인 왕산 허위 가문의 맏손녀인데도 유공자 후손의 대접을 받지 못했던 허로자(80·〈한겨레〉 16일치 9면)씨가 오는 11월부터 정부의 독립유공 보상금을 받게 됐다. 아울러 이런 ‘늑장 조처’는 대구지방보훈청과 우즈베키스탄 한국대사관의 부실한 업무 처리 때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국가보훈처는 19일 “허로자씨가 애국지사 허형 선생의 친딸이란 사실이 최근 입증돼 연금 형식의 정부 보상금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국적상실자인 허씨는 재외동포법 등에 근거해 매해 11월, 5월 두 차례에 걸쳐 6개월치의 연금(매달 105만원 가량)을 받게 된다. 허형(또는 허학·1887~1940) 선생은 1907년 전국 의병대 군사장으로 활약했던 허위(1854~1908)의 맏아들로, 국내 의병 활동은 물론 만주 등지에서 독립 운동을 펼친 애국지사다. 정부는 허형 선생에게 1991년 건국훈장 4등급을 서훈한 바 있다.
이에 앞서 허로자씨는 지난해 8월 주 우즈베크 한국대사관에 독립유공자 후손에 대한 유공 보상금을 신청했으나, 대사관은 허위 선생에 대한 보상업무를 담당했던 대구보훈청의 회신을 근거로 “이미 허위의 다른 손자녀가 보상금을 받고 있어 보상금 지급 대상이 아니다”고 답했다. 현행 법상 독립유공자 손자녀의 경우, 한 사람만 유공 보상을 승계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런 보훈처나 대사관의 조처는 허로자씨의 할아버지(허위)만 아니라 아버지(허형)도 독립유공자라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국가보훈처 관계자는 “당시 허로자씨는 허위의 손자녀로서 보상을 신청했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거부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허씨와 허위 선생의 손자녀 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아버지의 존재를 외면한 셈이다.
이 소식을 들은 허로자씨의 조카 최나타샤(49)씨는 “지난주에야 러시아에 사는 친척한테 보상을 받게 됐단 말을 들었다”며 “진심으로 기쁘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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