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호씨 기탁금으로 창립…남북 평화화해 일조
29일 63빌딩 회의장서 기념식·학술회의 열어
재단비전 남남·남북 갈등 풀고 통일 대비하는 것
29일 63빌딩 회의장서 기념식·학술회의 열어
재단비전 남남·남북 갈등 풀고 통일 대비하는 것
[이사람] 창립 10돌 맞은 ‘한겨레통일문화재단’ 민병석 이사장
중국은 동북공정을 추진하고, 일본에선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이 있다. 러시아도 다시 내부를 정비하고 바깥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려는 듯한 상황이다.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외교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불안정한 상황에 대비해야 함에도 남북관계는 멈춰선 채 남남갈등은 되레 증폭되고 있다. 올해 10돌을 맞은 한겨레통일문화재단(이하 재단) 민병석(63) 이사장이 앞으로 재단이 나아갈 방향을 “갈등을 넘어 평화와 상생으로” 정한 것도 이런 안팎의 정세가 예사롭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29일 오후 6시30분 서울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창립 10돌 기념식을 여는 재단은, 1995년 5월 독지가 김철호씨가 “뼈에는 색깔이 없다”며 한겨레신문사에 기탁한 현금 5억원과 토지 1만2천평을 종잣돈 삼아, 국민 발기인과 후원금 모집 캠페인을 통해 96년 세워졌다. 그 뒤 대홍수 피해를 입은 북녘동포돕기운동(97년) 윤이상통일음악회 평양공연(98년) 용천역 사고 동포돕기캠페인(2004) 평양어린이 학습장공장 사업(2006년) 등 북녘 동포들과 기쁨과 아픔을 함께 나누는 데 앞장서 왔다.
올 4월 취임한 민 이사장은 76년 외무부에 첫발을 내딘 뒤 20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한반도 문제와 뗄 수 없는 일들을 주로 맡아왔다. 88~92년 청와대 외교안보비서관을 지내면서 남북기본합의서와 남북비핵화공동선언 등을 이끌어내기 위해 평양을 네차례나 다녀왔다고 한다.
그는 85~87년 베를린 총영사 생활을 하면서 겪은 ‘충격’을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총영사를 지내면서도 2년 뒤인 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지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서독의 지식인층이나 평범한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모두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고 얘기했거든요. 돌이켜 보면 주변국의 견제가 들어올까봐 통일을 얘기하지 않는 것이 독일 국민들의 묵시적인 합의사항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독일 통일이 이루어진 뒤 알게 됐지만 독일은 내부적으로 통일 준비를 철저히 해오고 있었다. 그가 서로에 대한 ‘저주’ 수준으로 전락한 일부 세력의 남남 갈등과 남북 갈등을 넘어 ‘상생’으로 뭉쳐야 할 때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런 개인적 경험에 바탕을 두고 있다.
창립 10돌 기념식장의 테이블은 특색에 따라 배치된다. 한명숙 국무총리는 축사를 마친 뒤 각 정당 대표들 및 경제단체 대표들과 ‘한반도와 아시아의 현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고, 이규형 외교부 제2차관도 아시아권 대사들을 초대하는 자리를 갖는다.
기념식에 앞서 오전 10시부터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2006 한반도 평화와 상생을 위한 학술회의’ 주제를 ‘한반도 갈등, 어떻게 풀 것인가’로 잡은 것도 재단의 비전과 무관하지 않다. 이동복 북한민주화포럼 대표와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관점’이 서로 다른 이들을 발제자로 초청해, 조그마한 합의점이라도 찾아보자는 의도인 것이다.
글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글 이용인 기자 yyi@hani.co.kr 사진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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