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퇴진 서명운동’ 여부 결정
민변 “표현문제 침소봉대” 비판
민변 “표현문제 침소봉대” 비판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을 문제삼아 퇴진까지 요구하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변협은 오는 25일 상임이사회를 열어 민·형사 소송과 대법원장 퇴진 서명운동 여부를 결정하기로 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검찰이 이날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매듭을 지으려는 모습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변협의 과민반응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대법원 고위 관계자는 “변협은 이 대법원장이 참여정부와 코드를 맞추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 정권과 정반대의 성향을 보이는 변협이 이 사안을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시킬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실제 변협은 사법개혁 등 참여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한 여러 정책에 반대 의견을 많이 냈다. 천기흥 대한변협회장은 취임식에서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법개혁은 개혁이 아닌 개악”이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변협은 이 대법원장의 사퇴 요구가 정치적 배경과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단지 이 대법원장의 자질을 문제삼고 있다는 것이다. 하창우 공보이사는 “이 대법원장은 5년 동안 변호사를 하면서 60억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벌었다”며 “이처럼 전관예우를 받아서 부자가 됐으면서 어떻게 변호사들을 무시하는 발언을 할 수 있느냐는 게 변호사들의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젊은 변호사들이 격앙돼 있다. 지방에서도 대법원장 사퇴요구를 안 하면 자기들이 하겠다고 한다”며 “집행부는 회원들의 의사를 대변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이 대법원장의 발언은)오타까지 공소장을 베껴왔던 형사재판의 낡은 관행에 대한 강력한 척결 의지라는 것은 누구보다 검찰이나 변호사들이 더 잘 알고 있다”며 “대법원장의 발언 취지를 무시하고 표현상 문제를 침소봉대해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법조계 뿐 아니라 국민들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변협의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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