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부산지부 “방학중 학교불러 이상한점 신고하라 당부”
경찰이 이적성 시비에 휘말렸던 전교조 자료집 <통일학교>와 관련된 교사를 조사하기 위해, 여중생들을 부모의 허락도 없이 방학 때 학교로 불러 조사한 것은 물론 교사 감시도구로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교조 부산지부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통일학교> 제작 과정에 참여했던 부산 ㅁ여중 정아무개(32·여) 교사를 조사하기 위해 학부모와 담임교사도 모르게 정 교사의 수업을 받는 학생들을 방학 때 학교로 불러 조사한 사실이 학생들의 증언으로 뒤늦게 드러났다”고 밝혔다.
확인 결과, 부산경찰청 보안수사대 소속 경찰 2명은 지난 7월26일 오전 부산 ㅁ여중 교무실에서 1학년생 1명, 2학년생 2명 등 3명을 불러 이아무개 교감이 입회한 상태에서 조사했다. 방학이라 집에 있던 학생들은 경찰의 협조요청을 받은 학교 쪽의 전화를 받고 영문도 모른 채 학교에 불려왔다.
경찰은 학생들에게 정 교사가 수업시간에 했던 말, 수업내용 등 <통일학교>에 나온 내용을 학생들에게 가르쳤는지를 꼬치꼬치 물었다. “점수로 매기면 몇점쯤 되겠느냐”며 학생들에게 정 교사에 대한 평가도 내리도록 했다. 조사를 끝낸 뒤에는 학생들에게 연락처를 가르쳐주며 “선생님에 대해 나중에라도 생각나는 이상한 점이 있거나, 앞으로 이상한 말을 하면 즉시 전화를 하라”고 당부했다. “누구에게도 오늘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을 말하지 말라”는 다짐도 받았다.
학생들은 두달 가까이 마음고생을 하다 지난 20일 경찰이 전교조 부산지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다시 <통일학교> 문제가 불거지자 22일 아침 정 교사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았다.
학생들이 조사받을 때 입회했던 이 교감은 “수업시간에 무슨 이야기를 하더냐, 수업내용은 어떤 것이었냐 등을 경찰이 물어봤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당시는 이렇게 심각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단지 학생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학생들을 조사했던 부산경찰청 보안수사대 관계자는 “정 교사가 학생들에게 이념교육을 시켰는지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학생들을 면담했을 뿐 조사를 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상한 점이 생각나거나 발견되면 전화를 해달라고 하는 것은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라고 해명했다. 부산/최상원 기자 c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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