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규격강화…보급 잠정중단”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 뒤 정부가 의욕적으로 시작한 지하역사 다용도 방독면 보급 사업이 ‘규격 논란’ 끝에 좌초 위기에 몰렸다. 이에 따라 예산만 낭비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최근 올해 다용도 방독면 구입예산 5억9500만원을 전액 삭감하고, 다용도방독면 보급사업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올해 지하역사 233개역(서울메트로 93개역, 도시철도공사 137개역)에 다용도방독면 1만8100개를 추가보급해 역사당 평균 200개를 비치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없던 일’이 됐다. 지난해 서울시는 다용도방독면 2만9846개를 보급했었다.
서울시가 다용도방독면 구입 예산을 전액 삭감한 직접적 이유는 화재대피용 방독면의 한국산업(KS)규격이 바뀐 때문이다. 산업자원부 기술표준원은 지난 6월 화재용 방독면의 정화시간 성능 기준을 최소 5분 이상에서 15분 이상으로 바꿨다. 화재 때 발생하는 대표적 유해가스인 일산화탄소는 전에는 3분 동안 350ppm이하이면 됐지만, 15분 동안 200ppm을 넘지 못하도록 강화됐다.
방독면은 화재용과 화생방용으로 나뉘는데, 국민방독면이라고도 불린 다용도방독면은 화재·화생방 겸용이다. 김재정 서울시 민방위담당관은 “서울시내 지하철 역사의 깊이가 깊어 정화시간 성능 규격을 강화한 환영할만하다”며 “그러나 이 규격에 맞춰 생산하는 업체 자체가 없으며, 정부 기준이 자주 바뀌어 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도 다용도방독면 보급 사업을 채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용도방독면 사업은 2003년 10월 국정감사, 2004년 경찰청 수사로 부실이 드러나더니, 올해 5월 소방방재청 자체 검사 결과 2002년 9월 이전에 생산된 다용도방독면 41만3617개가 모두 불량인 것으로 밝혀졌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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