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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필진] 부쉬여, 한반도에서 선업을 쌓으라!

등록 2006-09-26 14:49수정 2006-09-26 14:55

연합뉴스가 우리나라 역사상 전무후무한 오보를 해서 쓴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조선과 동아는 때는 이때라도 되는 것처럼 이 오보를 일면에 대서특필하여 속을 들키게 되었다. 조금만 더 주의를 했더라면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연설문에 "The views expressed in this article are those of the author and do not necessarily reflect the official policy or position of the Nautilus Institute.(이 기사에 표명된 견해들은 작가(칼린)의 것이며, 노틸러스 연구소의 공식적인 정책이나 태도를 꼭 반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문구가 있었는데 이를 놓친 것 같다. 칼린씨는 지난 14일 부루킹스 연구소와 스탠퍼드 대학교가 공동으로 주최한 북한 관련 세미나에서 이같은 가상의 글을 발표했지만 한국 언론들이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오보로 판명된 강석주의 연설문(전문은 중프라이즈 자유게시판 13848번 글을 참조 바람)을 읽어 보면 북미 간의 현재 문제에 관해서 여러 가지로 시사해 주는 점이 있어서 그냥 넘어 가기에는 아쉬운 생각이 든다. 노틸러스 연구소가 미국의 동북아 안보의 씽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고, 이 연설문의 저자인 칼린씨가 실제 미국 정보조사국에서 북한 문제를 오래 동안 담당한 경력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며, 사실 실제 북미상황과 유사한 많은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글의 큰 줄거리를 살펴 보자면, 북한은 2002년까지는 미국과 긴밀한 협조관계를 유지하면서, 북한을 개혁, 개방시켜 새로운 경제개발을 함으로써, 중국과 러시아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 자립경제, 자주국가를 구축하려 했으나, 2002년 이후 미국은 그 동안 미국과 맺었던 모든 협약을 휴지 조각으로 취급하여 모든 대화를 끊고서,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후 부쉬 특유의 힘의 정책으로 일관함으로써 북한을 고립시켜 왔다.

그 과정에서 미국측에 대해서 계속 대화를 기대했으나 미국측의 냉담한 반응으로 대화 채널을 모두 상실한 북한의 외무성은 완전히 힘을 잃고, 그 대신 북한 군부가 힘을 얻었으며, 그 결과 이전에 갖춰 놓은 프로그램에 따라 핵을 이미 5-6개 만들어 놓았고, 지금 현재도 그 이상의 핵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중이며, 미국이 힘의 논리를 계속 주장하면은 또 다시 북한의 산하에 인민들의 피가 흐를지도 모르지만, 이제 상황이 이리 된만큼 갈 데까지 가볼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다는 내용으로 구성이 되어 있다.

북한의 핵에 대한 기술을 제외하면(?), 현재의 북미 상황을 상당히 예리하게 분석해 놓은 글이라 할 수가 있을 듯하며, 미 정보국의 북한 문제 연구원이었던 사람이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내용의 이글을 쓴 의도도 궁금해진다.

이글에서 언급된 것처럼, 지금 북미 간의 대화는 중단 상태에 있다. 북의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열렸던 6자 회담은, 한반도 비핵화를 선언한 '9.19 베이징 선언'을 이끌어 냄으로써 남북의 우리 동포들에게 안도의 숨을 쉬게 해 주었다.

그러나 베이징 선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미국이 '북한의 위조달러 제조, 마약 밀매'등을 이유로 대북 대화라인을 차단하고, 대북금융제제에 돌입하였으며, 북한은 이에 맞서 동해상에서 미사일 시험발사를 하는가 하면, 핵 실험을 하고, 핵 연료봉을 개봉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북미 간에는 첨예한 긴장의 기류만이 흐르고 있으며, 9.19 선언의 후속 조처들의 논의는 시작조차 해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은 무조건 미국이 금융제제를 먼저 해제하라 하고,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에 일단 복귀하면 금융제제 해제문제를 검토할 수가 있다는 서로 간의 주장만 팽팽하게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오히려 일본과 호주마저 대북 금융제제에 동참함으로써 북한의 입지만 자꾸 좁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나 북한의 위조화폐 제조 사실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미국에서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설령 북한이 위조화폐를 제조했다 할지라도 이는 9.19 선언이 있기 전의 일인데, 그 이전의 과오를 문제삼아 새로 시작하려는 대화를 원천봉쇄하고 있는 미국의 막무가내적인 태도도 잘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중국의 후진따오가 선물한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자가 말하기를,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것이 최상이라고 설파한 바가 있다. 미국이 진정으로 세계경찰국가를 자임하고, 부쉬가 정말로 그의 기독교적인 이념에 입각한 세계질서를 정립하려 노력하고 있다면, 부쉬는 힘을 배경으로 한 강압적인 외교보다는 대화를 통한 순리적인 북한 문제 해결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물론 북한 측이 위조지폐를 제조하고, 마약밀매를 했다면 이는 국제적으로 비난받고 처벌받아 마땅할 범죄행위에 해당되지만, 과거에 얽매어 미래를 향한 건설적인 대화 그 자체를 포기한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미국이 한사코 6자회담 틀 안에서의 대화만을 고집하는 것도 옳지가 않다. 대화라는 것은 그 형태가 어떠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긴장관계에 있는 양방이라면, 그 대화 자체가 진행되고 있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더 중요할 수가 있다.

더군다나 북한은 자급자족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극도의 경제난을 겪고 있는 미국과는 상대도 되지 않는 약소국이다. 어른과 아이의 싸움에 불과한 북한을 상대로 해서 미국이 힘의 논리만을 앞세운다면, 그것은 대국으로서의 옳바른 태도가 아니다. 어른인 미국이 아기인 북한의 손목을 비틀면서 강요하고 있는 꼴이다. 미국이 진정 세계 평화애호국들로부터 두려움이 아니라, 존경을 받는 국가가 되고자 한다면, 미국은 대국으로서의 의연한 자세를 보여서 한반도에 평화의 기운이 소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한미 정상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를 위해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마련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서 우리를 그나마 안도케 한다. 미국은 금융제제를 통해 북한을 고사시킬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서든지, 그 형태야 어떤 것이든지 불문하고,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유인해서 국제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북한도 이미 고립되어서는 살 수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개혁, 개방을 통한 중국의 성공도 잘 알고 있다. 미국 측이 조금만 더 유연한 태도를 보인다면 충분히 북한을 변화시킬 수가 있을텐데, 지금 미국이 북한 측에 보이는 일련의 태도는, 미국 측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한반도를 긴장상태로 유지하려 하고 있다는 의구심마저 갖게 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은 아프카니스탄 침공에 이어 이라크 침공을 단행했다. 물론 두 침공은 성공을 했지만, 과연 그 결과가 어떠했는가? 전쟁 수행과 그 이후의 치안 유지 과정에서 9.11 테러 때 희생된 미국인의 수보다도 더 많은 수의 미군이 사망했다. 꽃과도 같은 젊음을 채 피워 보지도 못하고 이국 땅에서 산화한 그들은 너무나도 귀중한 자식들이었고, 사랑스러운 형제였으며 오빠들이었다.

미군은 차치하고서라도 양 전쟁 중에 얼마나 많은 민간인들이 죄없이 죽어 갔는가? 전쟁이 나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그토록 허무하게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전쟁이야말로 가장 야만적인 것이며, 어떤 이유에서라도 전쟁을 일으키는 자는 인류 최대의 적인 것이다!

미국은 좀 더 크고, 넓고, 멀리 볼 줄 알아야 한다. 미국의 세계 안보 전략을 위해서도 북한을 개혁, 개방시키고, 장차 남북한이 평화통일하는 것이 미국에 결코 손해가 되는 일이 아니다. '지상평화 천상영광'이란 기독교적인 가르침에 입각해서라도, 미국의 부쉬는 한반도에 긴장을 조성하기 보다는 평화의 분위기를 조성하여, 대통령 재직 중에 무력이 아닌 대화로써 지상의 평화를 구축하는데 일조했다는 한 보람있는 치적을 남겨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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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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