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훈 대법원장이 26일 오후 이 대법원장이 서초동 서울 지방고등법원에서 일선 법원 순시를 하고 있다. 2006.9.26 (서울=연합뉴스)
“말 실수했다. 양해해달라. 비하·무시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검찰과 변호사, 법원 역할 엄격히 구분돼야”
“그러나 검찰과 변호사, 법원 역할 엄격히 구분돼야”
이용훈 대법원장은 최근 일선 법원 순시 과정에서 나온 `검찰ㆍ변호사 비하성 발언'과 관련해 26일 훈시를 통해 발언의 진의를 해명하고 사과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날 전국 법원 순시 일정의 마지막 방문지인 서울고법ㆍ중앙지법을 순시한 뒤 오후 4시부터 법관과 직원들에게 한 훈시에서 "일선 법원을 방문하면서 그냥 거친 말을 하고 말 실수를 했다. 많은 실수를 해서 법원 가족 여러분들에게 사과를 하고 싶다. 이 자리를 빌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치유할 만한 얘기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 대법원장은 `법조3륜' 발언과 관련해 "법원은 사법권을 행사하는 기관이고 검찰과 변호사는 각자의 역할이 따로 있다는 뜻이었다. 비하하거나 무시할 생각은 없다"고 강조하며 "그러나 검찰과 변호사, 법원이 엄격하게 구분돼 있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데 제 역할을 다할 수 없다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변호사 서류는 사람을 속이려고 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대전 발언에 대해서는 "그렇게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절한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전후좌우의 맥락은 변호사는 대체로 자기 당사자에게 유리한 말을 하지 불리한 얘기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내가 변호사를 해봐서 잘 안다는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이 대법원장은 `수사기록을 던져버리라'는 발언과 관련해선 "민사재판에서 수사기록을 갖고 결론을 내서는 안된다는 얘기였다. 왜 민사재판의 결론이 검찰ㆍ경찰 같은 수사기관의 결론에 의해 나야 하는가. 왜 판사가 재판을 통해 밝힐 수 있는 일을 수사기관을 통해 밝혀야 하는가. 우리는 한번도 이 문제를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것은 법관이 재판을 포기하는 일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민사재판에서 수사기록을 던져 버리라고 했는데 언론에는 형사재판에서 수사기록을 던져버리라고 말했다고 보도됐다. 하지만 언론이 그렇게 해 주는 바람에 법원이 뭐하는 곳이라는 걸 국민이 알게 됐다. 재판의 주체는 판사라는 게 확실히 각인됐다"며 취지가 잘못 이해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법원장은 "이번 일로 대법원장 저 개인으로서는 이만저만 상처와 피해를 받지 않은 게 아니다. 가슴에 응어리가 질 정도로 상처를 받았다"면서도 "그러나 이 일을 통해 새로운 빛을 봤다. 광명을 봤다. 법원을 위해서는 `내가 큰 건을 한건 했구나' 생각했다. 어떤 대법원장도 못하는 일을, 말 실수와 언론의 잘못 접점된 보도로 인해서 해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법원에 대해 국민들이 알게 돼서 너무 다행스럽게 됐다. 그러나 다시 한번 말하면 이 일로 인해 변호사와 검찰에게 상처받게 했다면 전혀 의도했던 것이 아니다"고 사과했다.
이 대법원장은 "옛날에는 `판사는 판결을 통해 말한다'고 했는데 옛날 얘기이다. 우리는 그 어려운 판결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법원이 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재판을 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 방법이 민사재판에서 구술변론주의, 형사재판에서 공판중심주의이다"라고 덧붙였다. 임주영 기자 zoo@yna.co.kr (서울=연합뉴스)
이 대법원장은 "옛날에는 `판사는 판결을 통해 말한다'고 했는데 옛날 얘기이다. 우리는 그 어려운 판결을 통해 국민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법원이 공정하고 신뢰할 만한 재판을 해서 국민을 설득해야 한다. 그 방법이 민사재판에서 구술변론주의, 형사재판에서 공판중심주의이다"라고 덧붙였다. 임주영 기자 zo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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