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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발언 파문’ 진정 국면…불씨는 남아

등록 2006-09-26 17:13

법·검·변 모두 자성토록 자극한 것은 ‘긍정’
이용훈 대법원장이 26일 자신의 `검찰ㆍ변호사 비하성 발언'으로 촉발된 `법조 3륜' 갈등을 풀기 위해 사실상 사과함으로써 법조계 파문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검찰과 변호사단체가 `밀실수사를 하고 있다', `사람을 속이려 한다'는 등의 말을 듣고 격분하면서 법원과 난타전을 벌이자 대법원장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직접 나서서 해명해 법조계 상처가 치유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하지만 이 대법원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법개혁의 핵심인 공판중심주의와 구술변론 등을 둘러싸고 새로운 마찰을 빚을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발언파문'…긴박했던 1주일 = 이용훈 대법원장이 최근 지방 법원을 순시하며 검찰과 변호사의 직역(職域)을 자극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법조계 내부 갈등이 시작됐다.

가장 문제가 된 부분은 "변호사들이 만든 서류는 대개 사람을 속여 먹으려고 말로 장난치는 것이 대부분이다"는 이달 13일 광주고법ㆍ지법 훈시 내용과 "검찰의 수사기록을 던져버리라"는 19일 대전고법ㆍ지법 발언이다.

이 발언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검찰과 변호사들이 강력 반발하자 대법원은 "공판중심주의와 구술변론의 중요성을 강조한 취지였다"며 사태 진화에 나섰으나 격앙된 분위기를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검사장회의와 긴급확대간부회의를 소집해 내부 의견을 수렴한 정상명 검찰총장은 21일 대법원장의 발언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고 변협도 같은 날 오후 "대법원장이 사법질서를 근본적으로 부인하고 있다"며 반격에 나섰다.

변협은 급기야 이 대법원장의 자진사퇴를 촉구했고 검찰도 정상명 총장의 사태 진정 의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내부통신망에 대법원장을 성토하는 성격의 글이 쏟아지며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듯한 양상을 띠었다.


서울중앙지법의 이상훈 형사수석부장판사가 후배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검찰과 변호사들을 비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꺼져가던 갈등의 불씨가 재점화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긴장과 대립 국면이 지속되자 정상명 총장은 25일 오전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하며 일선 검사들에게 균형감각과 중용(中庸)을 강조하는 등 사태 진화에 나섰다.

변협도 같은날 오전 정기 상임이사회를 열고 대법원장의 유감 표명 수위와 내용을 지켜본 후 별도 대책을 논의하자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며 강경 일변도의 태도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서 관망하는 모습을 보였다.

◇ 법조계 자성 계기 마련은 `긍정' = 이달 20일 검찰의 검사장회의를 시작으로 불거지기 시작한 법조계 파문은 정확히 1주일 만에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일선 판ㆍ검사들이 `국민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서로 비판하는 글을 앞다퉈 내부통신망에 띄우는 등 감정적 대립으로 치닫던 법조계 파문이 대법원장의 유감 표명을 계기로 수그러들기 시작한 것이다.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조기에 수습된 데는 확전 자제를 강조한 검찰총장의 당부가 주효했지만 공판 중심주의나 구술변론 등 사법개혁의 중요성에 대한 `법조 3륜'의 공감대가 형성된 것도 한몫했다.

대검이 18개 지검에서 실시하던 `증거분리제출' 방침을 다음달부터 전국 55개 지검ㆍ지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25일 발표한 것은 공판중심주의를 대세로 인정하고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사례로 꼽힌다.

검찰 내부통신망에도 대법원장의 발언에 불만을 표시하는 내용의 글은 더 이상 올라오지 않는 대신 공판중심주의에 내실있게 동참하자는 취지의 얘기들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이 대법원장의 발언이 `검찰 수사의 의미를 부인하고 판사들을 거짓말쟁이로 몰아가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법조 3륜이 국민의 공복(公僕)으로서 각자 자성토록 했다는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심규석 기자 ks@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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