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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필진] "왜 운전자는 억대 연봉 받으면 안돼?"

등록 2006-09-27 18:35

국책은행 운전기사 연봉 파문으로 본 한국의 3D업종
감사결과에 대한 통속적인 반응..“운전사에게 연봉 6천 7백씩이나..!”

국책은행 운전기사의 평균 임금이 연봉 6,700에 이른다는 감사결과가 적지 않은 파문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감사원이 청원경찰과 운전기사의 고액 연봉을 문제 삼은 것은 공기업의 방만한 운영을 지적한 것 이고, 우리 사회에서 다른 직장에서 청원경찰이나 운전기사로 근무하는 근로자들과 비교에서 현격하게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것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듯 하다.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반응은 너무 통속적이고 획일적이다. 우리나라 성인 대부분이 운전면허를 가지고 있다는 일반적인 가치기준이 ‘운전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편견을 가지게 되고 그 편견은 ‘운전자는 고액 연봉을 받을 수 없다.’ 란 또 다른 편견을 낳은 것이다.

하지만 운전을 직업으로 가지는 전문적인 운전기사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운전이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고 면허를 취득할 수 있지만 운전을 직업으로 가지는 사람들의 노동 강도는 어떤 육체적 노동에 못지않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의 운전기사들은 고액의 현금이나 유가증권 등을 운반하는 아주 전문적인 운전자들이다. 현금운송차량 운전자들은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신분을 노출시키지 않는 등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하는 생활을 하기도 한다.

제대로 대우 받지 못하는 기능직

운전을 직업으로 삼은 전문적인 운전자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력은 택시 운전자들이다. 전국적으로 택시 운전에 종사하는 사람이 수십만에 이르는 현실을 감안할 때 택시운전자는 우리 사회에서 군인과 경찰 공무원 다음으로 많은 종사자가 있지만 이들이 누리는 사회적 지위는 열악하기만 하다.

대전에서 30년째 택시를 운전해온 한 개인택시 기사는 지난 8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개인택시 기사는 우리 사회에서 중산층으로 대접받았다고 말한다. 88년 당시 대졸자 초임이 월 40만원에 미치지 못할 때, 개인택시 기사의 한달 평균 소득은 대졸자 초임의 3배가 넘는 150~200만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날 대졸자 초임이 2,500~3천 만 원에 이르고 있지만 개인택시 운전자의 평균 소득은 연봉 2천 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개인택시 뿐 아니라 법인 택시 운전자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평균 근무시간인 49.5 시간을 훌쩍 뛰어 넘는 주당 72시간을 긴장과 스트레스 속에서 근무하지만 그들의 평균 소득은 120에서 150만원을 넘지 않는다.

버스 기사나 대형 화물차 기사는 택시기사 보다 좀더 나은 대우를 받고 있지만 그들 역시 푸대접 받기는 마찬가지 이다.

3D기피 라고? 한국에는 4D가 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 사회에서는 3D 업종 이른바 더럽고(Dirty),어렵고(Difficult),위험한(Dangerous)일을 기피하는 현상이 심각하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건설현장이나 제조 사업장 등에 종사하는 종사자의 평균 연령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청년실업은 날이 갈수록 심화되어 심각한 구직난을 겪고 있지만, 제조업이나 특정 분야에 기능인력을 필요로 하는 사업장에서는 극심한 인력난을 겪고 있는 것 이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

오늘날 한국 사회의 3D 기피는 단순히 일이 더럽고 어렵고 위험해서가 아니다. 젊은 인력이 이 일을 기피하는 것은 이 일에 희망이 없기(Despair) 때문이다. 한 직업에 발을 담그면 평생을 가야한다는 측면에서 자칫 잘못 발을 내 디디면 평생을 후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능인에 대한 홀대는 위에 사례로 들은 운전자 뿐 아니다. 건설현장 근로자의 평균 초임은 월 100만원에 미치지 못한다. 그들이 기능을 습득하여 숙련된 기능공이 되어 1당 10만원에 이르는 데는 평균 7년 정도가 걸리고 그 이후 그들의 소득은 정체된다.

중기 면허를 가진 기능인은 하루 20만원의 일당을 받지만 막상 현장에서는 일당 20 만원 짜리 기능인 고용을 기피하여 자격증 취득자는 면허를 대여하고 현장에서는 일당 8만원 하는 무면허 기능인을 편법 고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행이다.

제조업체 또한 마찬가지이다.

기능인을 고용하여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해당 근로자의 인건비 상승에 부담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사용자가 근로자를 채용할 때 숙련된 기능인 보다는 초보자를 선호하는 현실에서 기능인의 경력은 오히려 자신의 취업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된다. 결국 ‘기능인 우대’라는 정부의 구호만 믿고 한 우물을 파온 기능인들이 ‘노동시장의 유연성’이란 구호 하에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비정규직 확대 등 절망(Despair)의 나락으로 내 몰리고 있는 것이다.

한 우물을 10년 이상 판 기능인의 소득이 대졸자 연봉 초임에도 미치지 못하는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지 못한 상태에서 “왜 젊은이들이 힘든 일을 기피하는가?"라고 질책한다면 우리 사회가 너무 무책임한 것이다. 우리 사회의 극심한 기능인 홀대와 학력차별 풍토는 입시지옥과 공교육의 몰락을 가져왔고 심각한 인력수급 부조화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적어도 한 가지 일에 십 수 년 이상 성실하게 종사했다면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선망의 대상에 되어야만 젊은이들이 그 직종에 대해 희망을 가지게 될 것이다. 운전자나 기능직에서 고액 소득자가 속출해야 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이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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