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스트레스' 주부들 "하루종일 상 차리기 벌써 걱정돼"
젊은이들 "결혼 성화, 취직 잔소리 정말 싫어요"
젊은이들 "결혼 성화, 취직 잔소리 정말 싫어요"
"추석에 부모님과 친척들 얼굴 보기가 두려워요"
온 가족이 모이는 즐거운 명절 한가위가 몇일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서로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오랜만에 함께 모여 안부를 묻고 담소하는 자리가 오히려 `가시방석'처럼 느껴지는 사람들도 있다.
결혼 4년차 주부인 김다영(30.여)씨는 요즘 달력을 볼 때마다 긴 연휴 내내 일할 생각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시댁 근처 재래시장에서 장을 봐야 하는 것도 낯설거니와 작년 추석 연휴 내내 하루종일 쪼그리고 앉아 음식을 만들어 차례상을 마련하고 저녁에는 친지들의 술상까지 차리느라 몸살이 났던 것을 떠올리면 아찔한 느낌마저 든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김씨는 "직장 생활이 힘들어 연휴에는 조금이라도 쉬고 싶은데 시댁에 가서 일하다 보면 차라리 회사에 나가 일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남편이 4형제 중 막내라는 사실이 원망스러울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올해 초 결혼한 회사원 이모(29.여)씨도 "결혼 후 처음 맞는 명절이라 설레기도 하지만 대가족이 한데 모이는 자리라 부담스럽기도 하다"며 "회사일에 바빠 집안일도 익숙하지 않은데 친척 어른들께 타박을 듣지는 않을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노총각, 노처녀들에게도 명절은 달갑지 않다. 부모뿐 아니라 일가 친척 모두가 모인 자리에서 `빨리 결혼하라'는 성화에 시달려야 하기 때문에 명절을 피하고 싶어 한다.
입사 2년차인 회사원 김모(31)씨는 휴일인 추석 전날 근무를 자청했다.
휴일 수당을 챙기고 고향에 내려가야 할 동료에게 생색을 낼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친척들의 `잔소리'가 듣기 싫어서다.
그는 "친척들이 이 나이에 여자친구가 없으면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볼 때마다 타박을 줘 명절 때 사람 만나기가 불편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회사원 전성엽(33)씨는 "혼자 자취방에 남아 쓸쓸히 밥을 먹을 생각을 하니 서글퍼서 이번 추석에도 고향에 가기로 했지만 `결혼 안하냐' 소리를 또 들을 생각을 하니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취업 준비생'에게는 친지들이 무심코 던진 질문 때문에 받는 심리적 부담이 `취업 스트레스'보다 더 크다.
7급 공무원 채용시험을 여러차례 본 박모(29)씨는 올해 추석 연휴에는 고향에 가지 않고 도서관에서 시험공부를 할 계획이다.
얼마 전에 또 시험을 치렀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서 부모님과 친척들이 `취직 시험 어떻게 됐느냐'고 물으면 할 말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박씨는 "같이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들 중에도 `취직 언제 되느냐'는 소리를 듣기 싫어서 연휴 때 아예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금융권 공사 시험을 준비하는 최모(27)씨는 "시험이 한달도 채 안 남아 준비하려면 시간도 부족한데다 고향에 가서 친척들을 만나면 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병규 장하나 기자 bkkim@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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