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점유율 1위업체 빼고 고발…“형평성 논란 불거질라”
최근 5년 동안 ‘짬짜미’를 통해 4천억여원을 챙긴 밀가루 업체들의 형사처벌을 놓고 검찰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점유율 1위 업체가 고발 대상에서 제외돼 형사처벌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씨제이(CJ), 대한제분, 동아제분, 한국제분, 삼양사, 대선제분, 영남제분, 삼화제분 등 8개 회사에 담합에 따른 과징금 434억원을 물린 것은 지난 3월. 전체 밀가루 공급량의 99%를 차지하는 이들 업체는 2000년부터 짬짜미를 통해 값을 40% 가량 올렸으며, 이로 전체 매출액의 10% 가량인 4천억원을 챙겼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지난 4월 공정위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고민에 빠졌다. 공정위가 “조사에 적극 협조했다”는 등의 이유로 시장점유율 1, 4위 업체인 씨제이와 삼양사를 고발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탈세 사범을 기소하려면 국세청 고발이 필수적이듯,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기소는 공정위에 전속고발권이 있기 때문에 공정위 고발이 있어야 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짬짜미를 통해 가장 큰 이익을 본 업체를 제외하고 고발된 업체만 기소하면 나머지 업체들이 납득하기 어렵고, 공정위에 추가 고발을 공식 요청할 경우엔 자칫 기관 대 기관의 기싸움으로 비칠 우려가 있어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결국 공정위와 실무자 차원에서 씨제이 등에 대한 추가 고발을 놓고 논의를 진행했지만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공정위 카르텔조사단 관계자는 “담합행위 신고자나 조사 협조자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줄여줄 수 있도록 법에 명시돼 있다”며 “검찰 고발 여부도 공정위가 내릴 수 있는 시정조치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은 형사처벌 여부까지 공정위에서 결정하는 것은 지나친 재량권 남용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는 또 업체와 대표이사를 함께 고발하면서, 류원기 영남제분 대표이사를 고발 대상에서 제외해 논란이 일고 있다. 류씨는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대통령 후보 쪽에 거액의 후원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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