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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필진] S 대학과 영창 징계자

등록 2006-09-29 18:35

사진출처: 무등일보
사진출처: 무등일보
A(가명, s대 문학부)씨는 대학 3학년이다. 서울 시내 유명 대학에 재학중이다. 이 대학은 명문 반열에 오르내릴 정도로 잘 알려진 대학이다. 취업 걱정 없고 앞 길이 창창할 것 같지만 속내는 영 딴 판이다. "최근 괴롭다"고 A씨는 토로했다. 명문대생만이 보일 수 있는 특유의 여유도 없다. "앞으로 다닐 2년을 생각하면 막막할 뿐이다"고 심경을 밝혔다.

A씨는 올해 1월 군을 전역했다. "진정 밝히기 싫은 과거지만(머뭇거리며) 징계도 받았다. 징계로 인해 전역일이 늦춰졌다"고 A씨는 말했다. 군에서 받은 징계와 학교 생활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질문에 "징계 받은 사실이 본의 아니게 알려졌다. 전역하고 학교를 가니 뭔가 낌새가 이상했다. 나를 보는 시선은 반반이었다. 불쌍하게 쳐다 보는 부류, 웃는 부류. 이렇게 두 시선이었다."고 대답했다. "내가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또 있었다. 나를 의심하는 눈초리였다"며 "그 시선은 졸업할때까지 계속될 것 같다"고 A씨는 잘라 말했다.

헌병대 영창

군에서 받은 징계 기록은 전역과 동시에 삭제된다. 군형법 상 전역하는 병사가 받은 징계 기록은 삭선하도록 되어 있다. 정식 공문으로 결재되는 징계는 크게 세 가지다. 영창, 휴가제한, 근신이다. 영창에 수감되는 기간은 군 복무 기간에 산입하지 않는다. 따라서 영창 징계를 받은 병사는 그만큼 군 생활이 늘어난다. 전역일이 늦춰지는 것이기에 타인이 쉽게 파악할 수 있다. 휴가 제한은 정량제(정기휴가)를 제한하는 것이므로 타인이 알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학교 다니기가 수치스럽다"고 A씨는 울먹였다. 어떤 경로로 학교 내에 알려졌는지에 대한 물음에 "군에서 생활했던 다른 병사가 이 대학 재학생에게 메일을 보냈던 것 같다. 그냥 추측이다. 내가 밝힌 적은 없다. 수치스러운 과거를 타인과 공유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부끄럽고 숨고싶다"며 말 끝을 흐렸다. "군 동료가 보낸 메일을 받은 재학생이, 학내 학생들과 교수에게 돌려버린 것 같다. 나도 이 친구에게 메일을 보냈지만 징계 사실은 숨겼다. 나와 이 친구의 관계는 그냥 채팅상 만난 관계와 비슷하다"며 "영창 징계 후 군 생활이 너무 힘들었다. 조직 내에서 징계자가 받는 설움을 일찍 느꼈다. 매장되는 기분이었다"고 A씨는 덧붙였다.

타인이 숨기고 싶어 하는 정보를 널리 유포시켰을 경우, 그건 범죄다. 인터넷이 활발히 보급되면서 정보 유포는 한층 용이해졌다. 예전에는 신문, 방송만이 정보 보급을 독점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1인 미디어'로 불리우는 블로그를 비롯해 이메일, 게시판 등 유포할 수 있는 공간은 엄청나게 많다. 이러한 현실에서 타인에 대한 명예훼손은 한층 쉬워졌다.

A씨는 오늘도 학교를 안 갔다. 결석 횟수를 초과하면 과목 낙제가 되지 않느냐고 물었다. 대답은 간단했다. "교수나 학생이나 나를 유치원 학생 취급하는 것 같다. 나도 사람인 이상 그 정도는 감지할 수 있다. 불쾌하다"고 A씨는 심경을 토로했다. "군에서는 징계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 워낙 군대는 응집성이 강하고 예민할 수 있는 집단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정한다. 나도 많이 힘들었고...하지만 나는 전역했다. 나는 더 이상 '징계받은 군인'이 아니며 일반적인 5학기 학생일 뿐이다. 앞으로 어떻게 학교를 다닐지 정신적 압박이 너무 심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징계자가 받는 설움은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할까.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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