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피 흘리면서 “사람 구하자” 불길속으로
참사 때마다 그랬듯이 서해대교의 교통사고 참사 현장에서도 시민정신은 빛났다.
트레일러 기사 홍성재(40)씨는 이날 사고로 다쳐 인대가 끊어졌는데도 불바다나 다름없는 현장을 누비며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홍씨는 이날 추돌사고를 당하며 차량과 중앙분리대 사이에 몸이 끼였으나 가까스로 빠져나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몸을 돌볼 틈도 없이 불이 붙은 차량으로 뛰어들었다. 차량 바퀴에 50대 아주머니가 끼여 있는 게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50대 여성을 구조해낸 뒤에도 홍씨는 발길은 멈추지 않았다. 곳곳에서 들리는 비명소리를 따라 정신없이 사고 현장을 뛰어다니며 5명의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그는 “이런 현장이라면 누구라도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며 “다른 시민들과 함께 불타는 승합차와 버스 등을 뛰어 오가며 한 명이라도 더 구하려고 애썼지만 승용차 안에 있던 남녀 2명은 끝내 구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위험을 무릎쓰고 참변의 현장을 누빈 이는 비단 홍씨만이 아니었다. 목격자들은 사고가 난 맞은 편 차선에 자신의 차를 세워놓고 구조에 나선 용감한 시민들의 ‘활약’도 전했다. 신원을 알 수 없는 30대 남자는 군산에서 서울로 가다 사고를 당해 불이 붙은 금호고속 버스에 뛰었들었다. 중앙분리대를 넘어 구조에 나선 이 남자는 버스기사와 승객 등 3~4명을 번개같이 구해냈다. 그는 이어 버스에서 머리를 크게 다친 중학생과 어머니 등을 2명을 빼낸 뒤, 불길도 마다않고 불타는 차 사이를 뛰어다니며 안간힘을 썼다고 구조대원들이 말했다. 그러나 그가 구한 중학생은 끝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대원 곽요한씨는 “갓길이 막혀 구조대원들이 걸어서 현장에 접근하는 등 긴급구조가 지연됐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해 보니 사고차량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시민들이 피를 흘리며 구조작업을 벌이는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며 ‘용감한 시민’들의 구조현장을 전했다. 평택/김기성 조기원 기자 player1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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