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대형 모니터까지 등장…검찰-변호인단 치열한 공방
“재판장님, 화면에 보이는 증거자료를 봐 주십시오”
행담도 비리 의혹 사건 항소심 공판이 열린 18일 서울고법 303호 법정. 검사가 “바로 이 문서가 도로공사가 국가정보원의 압력 때문에 작성한 ‘행담도 개발관련 국정원 질의사항 보고’입니다”라며 컴퓨터 마우스를 클릭하는 순간, 60인치 대형 스크린에 한 장의 문서가 떴다. 검사가 문서의 내용을 설명하는 동안 법정 왼편에 자리한 변호인은 문서의 형광색으로 칠해진 대목을 주의깊게 응시하며 무엇인가를 열심히 메모했다.
행담도개발 공사 시공권을 주겠다며 기업으로부터 120억원을 무이자로 빌려 이익을 챙긴 혐의(배임수재)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된 김재복(41) ㈜행담도개발 사장 등 관련자 4명의 항소심 속행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대형 모니터로 자료를 제시하는 등 치열한 ‘구술공방’을 벌였다. 이런 심리방식은 최근 법원이 강조한 공판 중심주의에 따른 것이다.
서기석 재판장은 심리에 앞서 “검찰에 의해 ‘사기극’으로 기소된 이 사건은, 사회적 파장이 크고 동일한 하나의 사실을 양쪽에서 너무 다르게 판단해 구술심리로 재판을 진행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검찰은 “여러 기록을 볼 때 김 사장의 부탁을 받고 문정인(55) 전 동북아위원장과 정태인(46) 전 동북아위원회 기조실장이 서남해안 개발사업과 무관한 행담도 개발사업에 정부지원 의향서를 작성해 준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문 전 위원장과 정 전 실장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변호인단은 “정 전 실장이 직권을 남용해 대출을 강요하려고 도로공사 직원을 협박했다는 증인 진술은 신빙성이 적다”고 반격했다.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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