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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이삿짐보다는 사람 목숨이 먼저죠”

등록 2006-10-20 14:35

병원화재 10여명 구조한 최재식씨
20일 새벽 5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한 충남 공주 정신병원 화재현장에서는 소방대의 붉은 구조차량 사이에서 한대의 이삿짐센터 소속 사다리차가 끼어 분주히 부상자를 구조해 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공주 시내에서 `J익스프레스' 라는 이삿짐센터를 운영하는 최재식(39)씨는 이날 평소보다 30분 빨리 출근했다. 이날은 역술상 이른바 `이사하기 좋은 길일'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예약주문량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근한 최씨가 가장 먼저 발견한 것은 사무실 인근 병원에서 불이 나 소방대가 긴급 구조에 나서던 장면이었다.

최씨는 당장에라도 달려가 돕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민간인이 함부로 끼어들어 방해가 되지 않을까 싶어 섣불리 다가가지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렀다.

화재가 난지 30분 가량 지난 오전 6시30분께 최씨의 친구이자 지역 의용소방대원인 이영돈(39)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화재 현장에서 인명구출 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최씨의 이삿짐센터 소속 사다리차를 빌려줄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최씨는 곧바로 사다리차를 몰고 현장으로 달려갔고 본격적으로 구조작업에 동참했다.

"사다리를 3층 창문에 대고 운반틀을 끊임없이 올렸다 내렸다 했어요. 한 시간이 넘도록 작업을 하고 나니 한 소방관이 다가와 `덕분에 10명 정도는 구해낸 것 같다'고 말하더군요.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구조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오전 8시께 최씨는 차량을 철수했고, 그제야 오전 6시30분부터 이삿짐센터를 기다리고 있을 고객들이 생각났다.


최씨는 미안한 마음에 전화를 걸어 양해를 구했고 다행히 고객들도 "좋은 일 했다. 고생하셨다"며 최씨를 이해해줬다.

최씨는 "차량이나 장비야 나중에 손보면 되지만 바로 앞에서 사람들이 구해달라고 하는데 달려가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지연.김병조 기자 kbj@yna.co.kr (공주=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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