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취업난’ 덕에 도서관 열람실이 ‘공부방’으로 전락?

등록 2006-10-24 17:08

경기도의 대표 도서관으로 불리는 선경도서관을 비롯해 수원지역 공공도서관마다 취직이나 입시준비를 하는 일반인과 고등학생들로 열람실이 만원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열람실을 더 늘려달라고 시(市)에 요구하고 있으나 시는 도서관이 '공부방'이 아닌 도서관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 공부방으로 변한 열람실 =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에 위치한 선경도서관. 지난 23일 오후 선경도서관 3층에 위치한 남성열람실 2곳(총 410석)은 공부하는 사람들로 빈 자리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 졸업생부터 공인중개사 문제집을 펴놓은 50대 아저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칸막이 없는 넓은 책상 위에서 책과 씨름중이었다.

여성열람실 2곳(총 410석)도 취직시험 준비에 여념 없는 취업준비생들로 가득 차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선경도서관은 하루 이용자 3천300여 명중에서 절반 정도가 공부하러 열람실에 오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선경도서관 뿐 아니라 서수원도서관, 북수원도서관, 영통도서관, 중앙도서관 등 수원시내 다른 공공도서관도 다를 것이 없다.


특히 기업체 입사시험이나 공무원채용시험 등 주요 시험을 앞두고 서로 먼저 열람실 자리를 차지하려는 많은 취업준비생들이 도서관문이 열리는 오전 7시 이전에 나와 몇 시간씩 기다리는 모습도 자주 연출되고 있다.

◇ '열람실 늘려달라' 요구 빗발 = 도서관 열람실을 공부방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도서관과 수원시에 '부족한 열람실을 더 늘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수원시청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열람실 증설과 시설개선, 도서관 개관시간 연장 등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글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올해 4월부터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선경도서관을 매일 이용하고 있다는 박웅희(52.수원시 화서동 거주)씨는 "열람실은 20대 대학 졸업자부터 나 같은 50대에 이르기까지 취업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로 뜨거운 열기가 솟는 곳"이라며 "시민들의 학습여건마련을 위해 더 많은 도서관과 열람실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 관계자는 "이제 도서관이 공부방 기능에서 탈피해 필요한 정보와 자료를 시민들에게 제공, 지적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도서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며 열람실 확장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선경도서관 관계자는 "도서관 열람실을 공부방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문 사서를 비롯한 많은 도서관 직원들이 열람실운영에 매달리다 보니 시민들에 좋은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자료를 수집하는 본래의 일을 못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 '열람실과 자료실의 발전적 분리' 필요 = 한국도서관협회 이용훈(48) 기획부장은 "공부방으로 이용하는 시민들과 책볼 공간이 필요한 일반 시민들 모두에게 득이 되는 방향으로 열람실과 자료실이 분리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해답을 제시했다.

이 부장은 "최근의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보는 공간이 아니라 시민의 요구에 따라 인터넷 검색도 이뤄지고 많은 문화공연도 행해지고 있다"며 "이러한 도서관에 공부방 역할을 하는 열람실이 함께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도서관답게 도서관이 운영되려면 공부방 역할을 하는 열람실을 도서관에서 분리하고 운영도 따로 해야 한다"며 "그래야 열람실 이용자도 보다 좋은 시설과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고 도서관도 제 구실을 다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인유 기자 hedgehog@yna.co.kr (수원=연합뉴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