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혁규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1월6일 밤 아파트 건축 인·허가와 관련해 5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수감되기 위해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국회의원인가, 공인중개사인가?’
거액의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혁규(51)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 9일 열린 공판에서, 자신이 받은 8억원 가운데 3천만원이 부동산 거래를 중개하고 받은 ‘사례비’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최완주) 심리로 열린 이날 공판에서 “(8억원 가운데) 3천만원은, (건설사 회장) 권아무개씨에게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 소유의 땅을 사도록 권유한 뒤 부동산 계약 알선과 관련해 받은 ‘사례비’”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이 돈을 뇌물로 규정한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변호인 반대신문에서 “지난해 7월 권씨가 ‘땅을 사려는데 돈이 모자란다’고 하기에 황아무개씨를 소개해줘 10억원을 빌릴 수 있도록 하고, 나도 황씨한테 2억원을 빌려 일부를 권씨에게 다시 빌려줬다”며 “그 뒤 권씨가 잔금을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등 부동산 계약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는데, 이를 해결해준 대가로 3천만원을 받은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다 보니 부동산은 물론 사채 거래 중개까지 한 사실을 털어놓은 것이다.
국회의원을 하기 전 공인중개업자였던 박 의원은 진술 끄트머리에 여론의 비난을 의식했는지 “국회의원으로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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