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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필진] 진좌파와 북한식 빨갱이는 다르다

등록 2006-11-02 17:16수정 2006-11-02 17:23

노회찬 의원, 문성현 대표, 권영길 의원단 대표(오른쪽부터)등 민주노동당 방북단이 30일 인천공항 출국장 앞에서 방북길에 오르기 전에 보도진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오겠다”는 인사말을 하며 방북길에 오르고 있다. 인천공항/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노회찬 의원, 문성현 대표, 권영길 의원단 대표(오른쪽부터)등 민주노동당 방북단이 30일 인천공항 출국장 앞에서 방북길에 오르기 전에 보도진에게 “한반도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오겠다”는 인사말을 하며 방북길에 오르고 있다. 인천공항/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자본주의 사회의 질곡을 극복하고 민족 통일국가를 건설하겠다는 슬로건이 있었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우리는 자본에 의한 격차로 신음하고 있으며 분단에 따른 상처로 여전히 피 흘리는 민족이다. 어느 누군들 이 지독한 농양(膿瘍)을 단번에 제거할 수 있을까만 그리 하겠다는 선언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슬로건이다. 주인공은 바로 민노당이다. 화해와 평화의 자주적 민족통일국가 건설은 우리 모두의 소망이며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그들이 지금 북으로 갔다.

문제는 방북 시기가 적절치 않다는 거다. 최기영 사무총장 등 전·현직 당직자들이 구속된 상황에 꼭 지금 갔어야 했을까. 만사 때가 있는 법인데 조선사회민주당의 초청이고 연례적 방문이라고는 하지만 다소 성급했다. 추가 핵실험은 절대로 아니 되는 일이라고 할 것이며 평화를 논의하겠다는 그들의 출발성명이 공허하게 들린다. 조선사회민주당이 남한의 민노당과 비슷한 역량을 갖춘 정당인지도 확인 불가능하고 북한정권 내에서 그들의 입지가 얼마만큼 넓은지도 알 수 없지 않은가. 민노당더러 열우당의 하부당이라고 하면 발끈 하겠지만 조선사회민주당은 공산당의 하부조직 쯤으로 생각해도 무리 없는 조직이다. 말하자면 만남의 무게배분이 적절하지 않다는 거다. 남북관계가 반드시 당국자만의 대화로 원만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구조가 우리와 다르기 때문에 접근방법 또한 그에 상응하는 형태를 모색해야 마땅하다.

북한은 우리를 무시하고 미국과의 대화만 요구하곤 했다. 핵실험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예의 그들은 미국과의 대화를 주장했고 우리는 얼마간 뒷전으로 밀리는 양상까지 벌어졌었다. 국내 정당들은 이를 햇볕정책의 실패라며 덤터기 씌우기에 바빴고 청와대는 볼멘소리로 북핵과 대북포용은 별개 사안임을 강조하고 있다. 누가 옳은가를 가늠하는 자체는 무의미하다. 북한은 우리를 무시할까? 필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우리를 두려워하고 있다. 경제규모로 봐도 우리의 상대가 되지 않으며 무력도발에 의한 적화통일은 낡은 목표임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당국은 한반도에 덮여있는 네오콘이라는 거적때기 속에 슬그머니 그들의 두려움을 감춰두고 있는 것이다. 햇볕정책을 대북한 문제와 연계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언제나 그 둘은 별개의 사안이어야 한다.

“한국은 김정일의 현금인출기”라고 보도한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의 기사도 가리새 없기는 마찬가지다. 대북협력이 처음부터 순풍에 돛 단 듯 일사천리로 진행되겠는가. 개성공단 노동자의 임금이 북한군부로 흘러들어 간다면 대체방법을 생각하면 된다. 휴전선 인근에 병원을 세워 의료지원으로 대가를 지불해도 되겠고 식량이나 생필품으로 전환시키면 또 어떨까 싶다. 대학의 이사장이라는 사람까지 나서서 대통령이 간첩활동을 펌프질한다고 언구럭부리는 나라이니 밖에선들 좋은 소리 나오겠나. 아무렴 대통령이 북한 간첩을 옹호하고 격려했을까? 그는 좌파와 북한 공산당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최소한의 개념도 없으니 그런 막말이 자연스레 나오는 것이겠다. 물론 386 중에 간첩이 있다면 그는 처단해야 마땅하다. 조국을 적화통일 시키겠다는 사람과 하늘을 공유할 수 없다. 그나저나 해당학교 학생들의 반응이 제일 궁금하다.

좌파란 단순히 자유를 제외한 평등만 주장하는 개념은 아니다. 우파 역시 자유를 최우선의 명분으로 평등을 무시한다는 개념으로 볼 수 없다. 사회가 선진화되면서 좌우의 개념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는데 유독 우리는 좌니, 우니 하면서 삿대질하고 비아냥거리는 꼴이다. 어느 누구라도 나보다 좌측에 있으면 좌파고 빨갱이라는 말인가. 촌스러운 색깔론은 이제 접어야 한다. 민노당이 좌파라서 북한과 연계하고 남한을 전복하려는 음모를 가졌을까. 이는 운동권도 재정립해야 할 명제라고 생각된다. 북한은 우리가 말하는 좌파가 아니다. 우리의 좌파란 사회민주주의에 가깝고 자유와 평등의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지 자유를 제한하면서 평등만을 세우겠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념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는 필자가 보기에도 답답하고 딱한 정치권이다. 서로를 존중하고 인정해야 한다. 일본을 연구하면 친일파이고 북한에 대해 너그럽다고 해서 좌파라는 논리는 이제 버려야 한다. 진정 미국식 매카시즘의 폐단을 되풀이하고 싶은가. 그나마 목숨 부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지성이 말살되는 참상을 보고 싶지 않다.

민노당은 민감한 시기에 각종 반대를 무릅쓰고 단행한 방북이니만큼 각별히 조심하기 바란다. 행여 “저거 봐라 빨갱이들 아닌가” 하는 언턱거리를 제공하지 않았으면 한다. 당신들의 참신함을 아직 기억하는 사람이 필자 말고도 많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친북”이라는 혐의 때문에 정치적 입지가 줄어드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이번 방북이 이해당사자인 남북의 주도권 확립이라는 방향으로 작용하길 희망한다.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겠다는 소식이 들리지만 이는 단지 그들 정책적 유연성의 차원이지 핵문제의 해결은 아니라고 보인다. 말하자면 진통제에 가깝지 치료제는 아니라는 뜻이다. 그들과의 대화는 이런 맥락에서 출발해야 한다. 어설픈 호의나 배려는 오히려 국내적 반격에 직면할 수 있다. 민노당이 간첩당이라는 말은 더 이상 듣기 싫다. 당신들을 지지하는 필자도 빨갱이라는 오명을 쓰게 되기 때문이다. 필자는 좌파일지 모르나 삿된 언론들이 주장하는 빨갱이는 결단코 아니다.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필자, 기자가 참여한 <필진네트워크>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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