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진설명] 생체 정보란 사람 몸이 대상이 되는 정보인데, 생체 인식은 몸을 이용해 신원을 인증하는 식별방식을 말한다. 생체 정보의 대상은 디엔에이(DNA)·지문·성문·얼굴·홍채·망막·정맥·손금·귀·혀 등으로 매우 다양하며, 현재 지문·홍채·디엔에이 인식 등이 많이 쓰이고 있다.
그러나 생체 정보의 위·변조 방법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생체 정보 ‘불복제성’이라는 신화는 이미 깨지고 있다. 지문 인식은 말랑말랑한 젤라틴으로 정교하게 흉내낼 수 있으며, 홍채는 이를 찍은 고해상도 사진을 인식기에 들이대는 방식으로 정보를 쉽게 위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성 기자
관공서·은행등 33곳 설치운영
법기준 없고 본인동의 안받아
생체정보 수집 인권침해 우려
전국 관공서에 설치됐던 지문 인식기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비판에 따라 철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손등의 혈관 모양으로 본인을 식별하는 ‘정맥 인식기’가 관공서뿐 아니라 은행이나 대학교, 일반 기업 등에 널리 설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기관들은 생체정보 수집에 대한 아무런 법적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본인들의 동의 없이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인권침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겨레>가 입수한 벤처기업 ㅌ사의 ‘손혈관 인식시스템의 특장점 및 설치사례’라는 문건을 보면, 안산시청을 비롯해 전국 9개 시·군·구청과 경찰청 및 국방부 전산실, 기업·국민은행 등 33개 기관이 근태관리 및 출입 통제용으로 정맥 인식기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표 참조) 김포시청은 지난해 본청 직원들의 출퇴근 점검 및 시간외 수당 관리용으로 정맥 인식기를 설치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읍·면·동사무소와 산하 사업소 등 모두 21곳에 정맥 인식기를 설치했다. 서울 마포구청도 본청과 동사무소 등 24곳에 28대의 정맥 인식기를 설치했다.
정맥 인식기는 손등의 혈관 모양이 사람마다 다른 점을 이용해 본인임을 식별하는 장치로서, 벤처기업 ㅌ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설치비용을 포함해 대당 400만원에 이르며, 전국에 걸쳐 2천여대가 설치된 상태다. 김포시청 관계자는 “예전에는 초과근무 수당을 계산할 때 일일이 손으로 다 기록해야 했지만 지금은 모든 과정이 자동화돼 행정절차가 간소해지고 편리해졌다”며 “대리 등록이 가능한 카드시스템 등과 달리 본인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에 투명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생체정보 수집이 법적 근거나 본인의 동의 없이 이뤄지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김병수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은 “정맥 인식기는 일종의 작업장 감시기제로서, 이를 도입하려면 단체협약을 통하거나, 최소한 개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인권 침해라는 지적과 함께 노동 감시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사회인권국장은 “경기도 고양시 한 도서관이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지문 인식기를 도입한 사례와 같이, 정맥 인식기도 일반인들을 상대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특히 공공기관들이 법적 근거도 없는 생체정보 수집에 앞장서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생체정보의 수집 및 이용을 규제하는 법은 없다. 현재 정부·여당이 국회에 발의한 개인정보 보호 기본법안은 △정보 주체의 동의를 얻은 경우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경우 등에 한해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입법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대해 ㅌ사 관계자는 “정맥은 지문과 달리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맥 정보만으로 생체 특징을 알아내거나 데이터로 엮어 사용할 수 없다”며 “본인 동의 여부는 해당 기관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청은 2003년 1월 직원들의 시간외 수당 점검용으로 지문 인식기를 설치해 사용했다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직원들의 반발에 따라 올해부터 사용하지 않고 있다.이재성 이형섭 기자 san@hani.co.kr
법기준 없고 본인동의 안받아
생체정보 수집 인권침해 우려
전국 관공서에 설치됐던 지문 인식기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비판에 따라 철거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손등의 혈관 모양으로 본인을 식별하는 ‘정맥 인식기’가 관공서뿐 아니라 은행이나 대학교, 일반 기업 등에 널리 설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기관들은 생체정보 수집에 대한 아무런 법적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본인들의 동의 없이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인권침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겨레>가 입수한 벤처기업 ㅌ사의 ‘손혈관 인식시스템의 특장점 및 설치사례’라는 문건을 보면, 안산시청을 비롯해 전국 9개 시·군·구청과 경찰청 및 국방부 전산실, 기업·국민은행 등 33개 기관이 근태관리 및 출입 통제용으로 정맥 인식기를 설치한 것으로 드러났다.(표 참조) 김포시청은 지난해 본청 직원들의 출퇴근 점검 및 시간외 수당 관리용으로 정맥 인식기를 설치한 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읍·면·동사무소와 산하 사업소 등 모두 21곳에 정맥 인식기를 설치했다. 서울 마포구청도 본청과 동사무소 등 24곳에 28대의 정맥 인식기를 설치했다.
정맥 인식기는 손등의 혈관 모양이 사람마다 다른 점을 이용해 본인임을 식별하는 장치로서, 벤처기업 ㅌ사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설치비용을 포함해 대당 400만원에 이르며, 전국에 걸쳐 2천여대가 설치된 상태다. 김포시청 관계자는 “예전에는 초과근무 수당을 계산할 때 일일이 손으로 다 기록해야 했지만 지금은 모든 과정이 자동화돼 행정절차가 간소해지고 편리해졌다”며 “대리 등록이 가능한 카드시스템 등과 달리 본인이 아니면 안 되기 때문에 투명성도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생체정보 수집이 법적 근거나 본인의 동의 없이 이뤄지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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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 시민과학센터 운영위원은 “정맥 인식기는 일종의 작업장 감시기제로서, 이를 도입하려면 단체협약을 통하거나, 최소한 개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며 “인권 침해라는 지적과 함께 노동 감시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원석 참여연대 사회인권국장은 “경기도 고양시 한 도서관이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지문 인식기를 도입한 사례와 같이, 정맥 인식기도 일반인들을 상대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며 “특히 공공기관들이 법적 근거도 없는 생체정보 수집에 앞장서고 있는 데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생체정보의 수집 및 이용을 규제하는 법은 없다. 현재 정부·여당이 국회에 발의한 개인정보 보호 기본법안은 △정보 주체의 동의를 얻은 경우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경우 등에 한해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입법 전망이 불투명한 상태다. 이에 대해 ㅌ사 관계자는 “정맥은 지문과 달리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맥 정보만으로 생체 특징을 알아내거나 데이터로 엮어 사용할 수 없다”며 “본인 동의 여부는 해당 기관들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청은 2003년 1월 직원들의 시간외 수당 점검용으로 지문 인식기를 설치해 사용했다가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는 직원들의 반발에 따라 올해부터 사용하지 않고 있다.이재성 이형섭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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