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되나요]
TV광고뒤 수법 대담 ‘골머리’
전남 장성 ‘무인 양심가게’가 각박한 세태를 견디지 못하고 끝내 무인 카메라를 달았다.
박충렬(47) 장성군 북하면 신촌마을 이장은 68가구 300여명이 사는 이 마을에서 24시간 ‘주인 없이’ 운영하던 가게에 지난 1일 500만원을 들여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했다. 가게 들머리엔 ‘우리 마을 가게는 무인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란 예전의 알림판 대신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하여 당분간 폐쇄회로로 녹화합니다’는 안내문이 새로 나붙었다.
지난해 5월 인건비조차 건질 수 없다는 이유로 구판장이 문을 닫자 300만원을 들여 3평짜리 무인가게 운영을 시작한 지 18개월여 만이다.
박 이장은 지난 1월께부터 가게에 좀도둑이 들면서 경찰에 신고도 하지 못한 채 속앓이를 해왔다. 주민들이 술·담배·비누 등을 사고 돈통에서 거스름돈을 알아서 가져가면서 키워온 자긍심에 상처가 나고, 마을 인심이 사나워질까봐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하루 20여명의 외지인이 견학까지 오는 등 장사가 잘돼 가게를 10평으로 늘린 터였다.
하지만 지난 8월 가게가 텔레비전 광고에 등장한 뒤 범행이 더욱 대담해지자 박 이장도 더는 어쩔 수가 없었다. 창고에 둔 라면과 소주 등이 상자째 없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20일께는 누군가 가게의 돈통 자물통을 따고 현금 10여만원을 가져갔고, 닷새 뒤엔 담배자판기를 해체해 담배와 현금을 몽땅 훔쳐갔다. 외지에서 차를 타고 들어온 도둑의 소행이라는 게 박 이장의 판단이다.
박 이장은 “좋은 취지로 시작한 일인데 지난 8월부터 월 100여만원의 적자를 봤다”며 “농사일이 바빠 가게에 사람을 둘 형편이 아니어서 결국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했다”고 씁쓸해했다.
장성/글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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