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기준 완화 효과 노려
검찰이 17일 “영장은 항고 대상이 아니다”라는 대법원 판례에도 불구하고,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영장 기각에 대해 준항고를 내 논란이 일고 있다.
검찰은 이날 “판례도 시대 상황에 따라 변해야 한다. 영장실질심사가 검사와 변호인, 피고인 사이에 장시간 심문이 이뤄지는 등 사실상 재판처럼 운영되고 있다”며 “모든 재판은 불복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준항고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판사의 영장 기각에 대해 항고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긴 하지만, 영장실질심사라는 ‘사정 변경’이 생겼으니 이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다퉈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법리 적용 등에 심각한 잘못이 없으면 대법원 판례는 좀처럼 뒤집어지지 않기 때문에 검찰의 준항고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이 때문에 검찰의 이번 조처는 판례 변경 목적을 뛰어넘는 다른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조국 교수(서울대)는 “검찰이 기각될 것을 알면서도 준항고를 내는 것은 여론의 지지를 받는 론스타 사건을 통해 구속 기준을 완화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며 “검찰의 이런 태도가 어렵게 쌓아온 불구속 재판 원칙을 되돌리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법원 안팎에서도 “검찰이 론스타 사건에 대한 여론의 지지를 업고 법원을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법원이 이번 준항고까지 기각하면, “법원이 론스타의 로비로 영장을 기각한 게 아니냐”는 등 법원에 불리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로서는 이 여론을 바탕으로 영장 준항고의 법제화를 이끄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는 영장 항고제를 포함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올 1월 국회에 상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법원 관계자는 “검찰이 준항고를 내면서 동시에 재항고 방침을 밝히는 것은 기각될 것을 뻔히 알고 있다는 게 아닌가”라며 “준항고를 낸 의도가 순수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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