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부시·클린턴 나란히 활동…카터는 분쟁해결 노력
과거 허물탓 등 ‘식물 정치인’ 머무는 한국도 달라져야
과거 허물탓 등 ‘식물 정치인’ 머무는 한국도 달라져야
미국의 ‘아버지 부시’는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에게 패배해 재선에 실패했다. 두 사람은 그 뒤 ‘원수’가 됐을까?
아니다. 지난 11일 두 전직 대통령은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전국부동산업협회 총회에 나란히 참석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큰 피해를 본 이 지역을 돕는 행사였다. 클린턴은 “여러분은 지금 92년 대선의 복수극을 지켜보고 있다. 내 여생은 조지 부시의 코미디 조역으로 운명지어졌다”고 말해, 사람들을 웃겼다. 두 사람은 그동안 뉴올리언스를 돕고자 1억3000만달러 모금하는 데 기여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 지진해일 희생자 구호를 위한 미국 민간 모금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나란히 맡았다. 현직 대통령인 ‘아들 부시’의 요청이었다. 두 사람은 인도네시아·스리랑카·몰디브 등 피해 지역을 함께 방문했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2002년 국제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기여한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는 지금도 중동과 동아시아의 평화 정착을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김영삼 후보, 70년 김대중 후보에 역전패하자 침대 두들겨 부숴
‘김대중 노벨평화상’ 땐 “노벨상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악담
70년 신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김대중 후보에게 역전패한 김영삼 후보는 분에 못이겨 집에 가 침대를 두들겨 부쉈다. 두 사람은 87년 민주화 투쟁을 함께 이끌었지만,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다. 그 결과 대통령 자리를 노태우 후보에게 ‘헌납’했다. 92년 선거에서 김대중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김영삼 대통령은 집권 기간 내내 ‘라이벌 김대중’의 동향을 살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을 받자, 김영삼 전 대통령은 “노벨상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고 악담을 퍼부었다.
그는 북한 핵실험 다음날인 10월10일 청와대 오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볕정책을 펴고 노 대통령이 포용정책을 펴다 이런 상황이 벌어졌다”고 면전에서 공격했다. 지난 17일 김영삼 전 대통령은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와 만찬을 함께 하려고 했다. 누가 봐도 김대중-노무현 회동을 의식한 맞대응이었다. ‘3김 정치를 부활시키려는 것이냐’는 비난이 일자 일정을 연기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지만, 아직도 1670억원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그의 대외 활동은 골프가 거의 전부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정이 좀 낫다. 그는 특별강연의 인기있는 강사다. 외국의 초청도 많고, 외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 활동’에는 스스로 선을 긋고 있다. 선거에 개입하는 일은 국민 정서상 용납되지 않는 탓이다. 미국선 프레지던트(의장), 한국에선 아직도 ‘왕’의 이미지 왜 그럴까? 미국과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들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첫째, 정치 문화의 차이가 크다. 미국은 대통령을 ‘프레지던트’라고 부른다. ‘의장’에 가까운 개념이다. 반면에 공화국 경험이 짧은 우리에게 대통령은 아직도 ‘왕’의 이미지가 있다. 왕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 ‘지존’이지만, 물러나면 ‘폐주’가 된다. 둘째,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허물이 너무 많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4·19 혁명으로 쫓겨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가 아예 없었다. 쿠데타로 집권해 재벌들로부터 거액을 받아챙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법의 심판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국가부도 위기 사태의 책임자다. 전직 대통령이나 총리가 ‘식물 정치인’에 머물고 있는 나라는 대개 후진국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정치 후진국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퇴임하는 대통령이 늘어날수록, ‘존경받는 전직’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은 그런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김대중 노벨평화상’ 땐 “노벨상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 악담
10월 26일 최규하 전 대통령 국민장 영결식장에서 조문하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 청와대사진기자단.
전두환 전 대통령은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지만, 아직도 1670억원을 내지 않고 버티고 있다. 그의 대외 활동은 골프가 거의 전부다. 노태우 전 대통령도 외부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정이 좀 낫다. 그는 특별강연의 인기있는 강사다. 외국의 초청도 많고, 외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도 많다. 한반도 문제에 대해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 활동’에는 스스로 선을 긋고 있다. 선거에 개입하는 일은 국민 정서상 용납되지 않는 탓이다. 미국선 프레지던트(의장), 한국에선 아직도 ‘왕’의 이미지 왜 그럴까? 미국과 우리나라의 전직 대통령들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첫째, 정치 문화의 차이가 크다. 미국은 대통령을 ‘프레지던트’라고 부른다. ‘의장’에 가까운 개념이다. 반면에 공화국 경험이 짧은 우리에게 대통령은 아직도 ‘왕’의 이미지가 있다. 왕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 ‘지존’이지만, 물러나면 ‘폐주’가 된다. 둘째,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허물이 너무 많았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4·19 혁명으로 쫓겨났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퇴임 이후’가 아예 없었다. 쿠데타로 집권해 재벌들로부터 거액을 받아챙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은 법의 심판을 받았다. 그런가 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국가부도 위기 사태의 책임자다. 전직 대통령이나 총리가 ‘식물 정치인’에 머물고 있는 나라는 대개 후진국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정치 후진국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퇴임하는 대통령이 늘어날수록, ‘존경받는 전직’이 나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국민은 그런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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