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이 합의한 쇠고기 수입 조건
‘뼛조각 쇠고기’ 검역 비난
수입 재개 뒤 처음으로 들어온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발견돼 지난 23일 ‘검역 불합격’ 판정을 받은 데 대해, 미국 농무장관이 한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월 미국과 합의한 수입 위생 조건에 따른 ‘당연한 조처’로, 미국 쪽 주장은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마이크 조한슨 미국 농무장관은 29일(현지시각)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으려고 한국은 우리가 동의하지 않은 기준을 적용했다. 그것은 그들이 고안해 낸 기준”이라고 말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그는 “그들은(한국 정부는) 아무한테도 해롭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작은 연골조각 발견을 이유로 모든 선적을 중단시켰다”며 “그들도 그것(뼛조각)이 해가 되지 않는다고 인정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이번 일 전까지 한국은 아주 솔직한 상대였지만, 이제 이런 상황에서는 무역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서 한국을 담당했던 애미 잭슨 전 부대표도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경제연구소 주최 토론회에서 “한국이 엑스레이 검사까지 해가며 육안으로 잘 구분도 안 되는 뼛조각을 발견해 냈다”며 “미국 편에서 보면, 한국이 쇠고기를 수입한다고 해 놓고 규칙을 바꾸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쪽의 반발은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등에서 쇠고기 수입 조건을 완화하고자 미리 압력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는 “한-미가 합의한 수입 위생 조건에 따라 뼈 없는 쇠고기만 수입할 수 있고, 이 조건을 위반하면 반송·폐기하게 돼 있다”며 미국 쪽 주장을 반박했다. 이상길 농림부 축산국장은 “막상 뼛조각이 나와 검역을 통과하지 못하자 미국 쪽에서 당황하는 것 같다”며 “크기에 관계 없이 뼈는 뼈인 만큼 논란의 여지가 전혀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지난 23일 두번째로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3.2톤은 현재 수의과학검역원에서 검역을 받고 있다.
김수헌 이본영 기자, 연합뉴스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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