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약속어음을 위조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이아무개(45)씨가 상고한 사건에서, “기록만을 판단 자료로 삼는 항소심에서 1심의 판단이 명백하게 잘못됐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증인의 모습이나 태도, 진술의 뉘앙스 등을 직접 관찰한 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며 무죄 취지로 파기했다고 3일 밝혔다. 이는 최근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강화 추세를 뒷받침하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관이 면전에서 직접 조사한 증거만을 재판의 기초로 삼을 수 있다”며 “형사소송법에서는 증명 대상이 되는 사실과 가장 가까운 원본 증거를 재판의 기초로 삼아야 하고 원본 증거의 대체물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직접심리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씨는 2004년 4월께 채무자의 아내인 홍아무개씨의 약속어음과 위임장을 위조해 법원에 제출한 혐의를 받았지만 1심 재판부는 서류에 홍씨의 인감도장이 날인돼 있는 사실 등에 비춰, “홍씨 부부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관련 서류를 추가 조사한 뒤 “홍씨 등의 진술이 신빙성이 있다”며 이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