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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재판받던 조관행 전판사 “제발 증언 좀…”

등록 2006-12-04 16:59수정 2006-12-05 11:24

법조 브로커 사건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관행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법조 브로커 사건에 연루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관행 전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결심공판서 법조브로커 김홍수씨 아픈 이유로 ‘증언 연기’
“약을 많이 먹어서…몸살이 나서…귀가 잘 안 들립니다. 오늘은 증언을 못하겠습니다.”

4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법 형사법정 418호. 법조브로커 김홍수(50·구속)씨한테 사건청탁과 함께 억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조관행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결심 공판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신문을 위해 법정에 나온 증인 김홍수씨가 예고도 없이 재판부에 공판 기일 연기를 요청했다. 김씨는 “잘 안 들려서 못하겠습니다. 약 여섯봉지를 먹고 잠도 못잔 상태라 (몸이) 굉장히 안 좋은데, 장시간 증언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픈 내색을 했다.

당황한 조 전 부장의 변호인단이 재빨리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했다. “장시간은 아닙니다. (오늘 질문할 내용은) 29쪽밖에 안 됩니다. (증인은) 지금 (몸상태를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정상적으로 답변하고 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황현주 재판장은 “정상 답변시 1쪽 당 5분이 소요된다. 29쪽 같으면 정상답변과 추가신문이 없어도 3시간은 걸린다. 검찰에서 물어보는 시간 1시간과 다시 변호인이 묻는 1시간, 재판장이 묻는 시간 30분 정도를 합하면 적어도 4∼5시간은 걸린다”며 김씨의 몸상태를 걱정했다.

변호인단은 “(변호인) 추가신문은 없을 것”이라며 재판장을 설득했다. 하지만 황 재판장은 “변호인과 검찰 쪽 모두 오늘 결심을 하려고 준비했는데, 4∼5시간 답변이 가능하겠느냐”고 김씨의 의향을 물었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요.” 김씨가 “귀가 잘 안 들린다”던 자신의 얘기에 대한 증거라도 들이대듯 말했다. 재판장이 “증인신문에 4∼5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증인 몸상태가 그 정도를 버틸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김씨는 “내일 정도(에 가능하다)…오늘만 좀…내일쯤 몸 추스려서…오늘 제대로 증언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다시 한번 공판 기일을 연기해달라고 부탁했다.

“몸살이 났는데 몇주 동안 약을 안 먹고 버티다 어제 약을 타서 한꺼번에 많이 먹었어요. 증언을 거부하면 오해 받을까봐 법정에 나와서 증언이 가능하면 하고, 안 되면 내일이라도….”


“일단 증언하고, 힘들면 휴정하자”는 변호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조 전 부장판사가 침묵을 깨뜨리며 김씨를 향해 날을 세워 반박했다. “약 여섯봉지를 한꺼번에 지급하지 않습니다. 자살방지 등을 생각해서 과용하게 두지 않습니다. (김홍수씨가) 재판장에게 거짓을 고하는 것입니다”라고 발끈했다.

하지만 김씨는 “세봉씩 줍니다. 며칠 전부터 약을 모았습니다”라며 태연하게 맞받아쳤다. 조 전 부장판사는 “구치소에서 사고날까봐 약 보관 못하게 합니다”라며 또다시 강하게 김씨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만 ‘화’는 이내 ‘읍소’로 바뀌었다. “구치소에 있는 게 하루하루가 힘든데, 오늘 이왕 힘들게 나왔는데 증언해주고 가시면 되죠. 지난 번에도 증언을 거부하셔서 제 구속기간만 2주 늘어났습니다. 왜 나를 (오랫동안) 구속되게 하려고 그래요. 나에 대한 마지막 배려 아닙니까, 인간으로서…. 인간 관계로서 나에게 베풀 수 있는 마지막 배려로……증언 좀 해주세요.”

재판장도 “피고인이 부탁하시는데…”라고 다시 김씨의 의견을 물었다. 하지만 김씨는 “몸 상태가…내일 (법정에) 서는건데, 내일이라고 증언 내용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고(몸이 괜찮으면 왜 증언을 안 하겠느냐)…”라며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재판장님께서) 다음 기일에 증언할 수 있도록 다짐을 받아주십시오.” 조 전 부장판사의 변호인단도 어쩔 수 없이 한 발 물러섰다. 10분간 휴정을 선언한 재판장은 5일 오후 2시로 결심 기일을 연기했다. 구속 118일. 결심 공판 뒤 무죄 선고, 그리고 석방을 손꼽아 기다렸던 조 전 부장판사의 실낱같은 희망도 하루만큼 멀어졌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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