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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평화로운 집회를 꿈꾸는 까닭

등록 2006-12-07 19:54수정 2006-12-07 22:14

지난달 22·29일과 지난 6일 한-미 자유무역협정 저지 범국민 총궐기대회가 서울과 지방에서 동시에 열렸습니다. 여느 때처럼 집회·시위의 성격과 영향, 경찰의 대응 태도가 대다수 언론의 보도 내용이었죠. 하지만 취재 관행은 여전히 달라지지 않고 있습니다. 시위대와 경찰의 ‘중간’에 서서 격한 충돌이 일어나는지 확인하고, 더불어 교통 상황과 양쪽의 움직임 등을 나열하는 식이니까요. 이런 태도를 ‘중용’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기자는 시위 군중과 경찰, 어느 쪽으로도 온전히 뒤섞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전체를 보지 못할 거라는 불안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달라지지 않는 ‘시선’에서 새로운 ‘뉴스’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때문에 좀더 다가서서 귀기울이고 싶었습니다.

그들 속으로

지난달 22일 서울역 광장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열린 첫 집회 때는 ‘전통’을 충실히 따랐습니다. 상황을 수시로 확인하면서 집회 참가자와 시민, 경찰의 반응을 차례로 묶어나가는 방식이죠. 집회가 열린 이유를 따져보지 않고, 교통 불편과 시위의 불법성 등을 꾸짖는 일부 언론의 행태를 하루 뒤 기자칼럼으로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갈증은 사라지지 않더군요.

그래서 지난달 29일 열린 두번째 집회 때는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한 농민과 동행하면서 육하원칙의 마지막인 ‘왜’를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일 집회에서는 진압복을 입고 기동대원들과 하루를 함께 보냈죠. 기동대원들의 입장에 쏠릴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국내 언론 사상 처음 시도한다는 설렘이 마음을 잡아끌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에게 진실의 몇 퍼센트를 전달했는지는 가늠하기 어렵네요. 현장에 모든 해답이 있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곳에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듣지 않는다면 진실을 찾기는 더욱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추위의 두 얼굴


추위가 몰아닥친 초겨울에 세 차례 대형 집회가 열리면서 기자들의 취재 환경도 덩달아 열악해졌습니다. 취재수첩에 끊임없이 사실을 기록하자면 두꺼운 장갑은 ‘무용지물’일 때가 많기 때문인데요. 겨울철 집회·시위 취재는 기자에게 언제부턴가 ‘3디 취재’의 하나가 돼 버린 듯합니다. 만나는 기자들마다 한두가지 불평·불만이 따라붙으니까요. 날씨에 따라 변수가 생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지난달 29일 열린 집회의 경우, 애초 예상했던 밤 9시보다 한 시간 가량 빨리 ‘상황’이 끝났습니다. 물론 중요한 이유가 따로 있을 수 있지만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시위 군중이 견디기 어려웠던 건 사실입니다. ‘내 귀가 떨어져나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매서운 추위 아니겠어요? 거꾸로 지난 6일 집회는 밤 10시를 훌쩍 넘겼습니다. 바람도 잔잔하고 기온도 영상과 영하를 오르내리는 정도여서 ‘적절한 조건’이 만들어진 탓일 것으로 봅니다. 올해를 마감하는 집회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인 건 물론입니다.

사정이 이러하니, 취재진도 대형 집회가 열리는 날이면 신문·방송에서 전해지는 날씨를 꼼꼼히 챙기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희망을 볼 때가 되지 않았나요?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자리는 날카롭습니다. 쇠파이프와 대나무봉 등이 쓰이지 않아도 두 대열이 부딪치는 자리엔 욕설과 고함, 땀과 입김이 뒤섞이게 마련이니까요. 서로가 밀리지 않으려는 자존심도 이런 풍경을 한몫 거드는 요인입니다. 또 상대를 자극하는 언행이 사라지지 않는 탓도 크죠. 때문에 아직도 시위 현장의 충돌 상황은 ‘전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폭력·과격이란 낱말이 시위 또는 경찰 대응과 어울려 보도되는 빌미를 주는 셈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7년 전 기자가 전경으로 군복무를 할 때보다 상황은 분명 나아졌습니다. 문제는 여전히 긍정이 아니라 부정에 가까운 장면들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데 있겠죠. 지난달 22일 만난 한 농민은 기자에게 지난해 12월 필리핀에서 참가했던 시위를 말하면서 “그곳 경찰에게 오히려 보호를 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또 지난 6일 경찰기동대의 한 소대장은 “시위대와 끊임없이 마주서야 하는 집회·시위 임무에 가치를 부여하지 못하는 대원이 여럿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내년에는 건강과 결혼, 집안 살림 등에 대한 희망뿐 아니라 평화로운 집회·시위도 꿈꾸게 되는 까닭입니다.

전진식 기자 seek1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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