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70% 배상” 판결
법원 “부당권유 행위 해당”
투자자가 ‘자신의 판단과 책임으로 거래할 것을 확인한다’는 내용의 확인서에 서명을 했더라도, 증권사 직원이 위험도가 높은 투자를 적극 권유했다면 원금 손실액의 70%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재판장 조해섭)는 11일 주가지수 옵션상품에 투자했다가 1억5800여만원을 잃은 김아무개(76·여)씨가 대한투자증권과 직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1억1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2004년 2월 아들과 함께 대한투자신탁 강남역지점을 찾아 투자상담을 하고 “파생금융상품 거래설명서 내용을 충분히 숙지했으며 자신의 판단과 책임으로 거래한다”는 확인서에 서명한 뒤 주가지수 옵션 계좌를 개설해 5억5천만원을 투자했다. 주가지수 옵션 상품은 대표적인 파생금융상품으로, 지난해 국내 거래액만 140조원에 이른다. 하지만 2004년 5월 갑자기 주가가 폭락하며 김씨 모자는 1억5800여만원의 손실을 봤고, 2005년 3월 계좌를 해지했다.
이후 김씨는 증권사와 직원을 상대로 “고객에게 적합한 투자를 권유할 의무를 위반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증권사는 “계좌 개설 당시 옵션투자의 개념과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했으므로, 부당권유로 책임질 일이 아니다”라며 맞섰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김씨가 74살의 고령 주부인 점 △김씨가 계좌개설 이후 거래에 전혀 관여하지 않은 점 △계좌 예금확인서에 ‘저축종목’ ‘저축주’ 등 항목이 기재된 점 △김씨가 직원에게 옵션상품 거래내역서 보는 법을 설명해 달라고 요구한 점 등을 들어 “옵션거래에 관해 문외한인 원고들에게 투기적 요소가 강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위험이 매우 큰 주가지수 옵션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한 행위는 원고들에 대한 보호의무를 저버린 부당권유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러한 투자권유 행위에 따라 계좌를 개설했고 그 결과 투자원금 일부를 상실한 이상 피고는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다만, 투자 여부의 최종적인 선택은 원고들이 한 것이고 이는 원고들의 사려깊지 못한 판단과 상품의 성격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피고들의 책임 비율을 손해액의 7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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