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조류 인플루엔자(AI)로 인한 대재앙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때가 아닙니다. 국민의 건강을 어떻게 지켜내는가에 역점을 두고 만약을 대비하는 성숙한 보도 자세가 요구됩니다. 살처분 장면 중심이 아니라 예방 차원의 보도를 부탁드립니다.”
고인식 (사)한국음식업중앙회 회장은 13일 언론사들에 조류 인플루엔자에 대한 신중한 보도를 호소했다. 그는 “2003년 발생한 에이아이 때문에 닭과 오리 고기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많은 음식점 업주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악몽이 다시 재현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부 언론에서 살처분 장면을 연일 보도하는 바람에 관련 음식업계가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지난 11일 농림부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 3차 발생을 발표하면서 전국적인 파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언론은 잠복기(21일)를 고려해 11일 이전에 충남 등 타지역으로 공급된 메추리알의 오염 위험성을 지적하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전북지역 6개 대리점에 유통된 메추리알을 모두 회수해 폐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 의견은 사뭇 다르다. 주이석 국립수의과학검역원 해외전염병 과장은 “달걀과 달리 메추리알은 생으로 먹는 경우가 없고, 삶아 먹기 때문에 균이 알에 묻어 있어도 감염 우려가 없다”며 “세계적으로도 메추리알을 통한 인체 감염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강승구 전북도 농림수산국장은 “(언론 생리상) 자극적인 화면을 잡기 위해 취재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현장을 통제하는 관계자와 잦은 실랑이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강 국장은 “살처분하는 화면이 나오면 소비가 계속 줄어드는데, 도대체 누구를 위한 보도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닭 4만여 마리를 키우는 양계농가 김동진(53·익산시 왕궁면)씨는 지난달 26일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열린 익산시청을 방문해 분통을 터뜨렸다. “직접적인 피해가 아직 없는데 언론이 부풀리는 바람에 사육농가만 못살게 됐어요. 피해가 있었다면 닭을 키우는 우리 가족은 모두 죽었게요? 정부가 보상해준다고 하지만 말뿐이고, 보상은 거의 이뤄지지 않습니다. 누가 이 심정을 알겠습니까?” 전주/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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