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서울 저소득 가구 70% 지하·반지하서 산다”

등록 2006-12-14 20:51

서울시 노원구 상계5동의 한 다가구주택 맨 아래층에 있는 반지하방. 환기가 잘 되지 않고 햇볕은 지표면과 거의 같은 높이에 붙어 있는 작은 창문으로 잠깐 지나갈 뿐이다. 환경정의 제공
서울시 노원구 상계5동의 한 다가구주택 맨 아래층에 있는 반지하방. 환기가 잘 되지 않고 햇볕은 지표면과 거의 같은 높이에 붙어 있는 작은 창문으로 잠깐 지나갈 뿐이다. 환경정의 제공
한쪽선 웰빙 찾는데…
서울시 노원구 상계2동 ㅇ연립 반지하층 102호에 사는 최익동(65)씨는 화장실에 가려면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열 계단을 올라 집 밖으로 20m 남짓 떨어진 공용 화장실까지 가야 한다. 환기가 되지 않아 늘 눅눅한 방안 벽지에는 곰팡이가 거멓게 피어 있고, 그 탓인지 1년 전 이사온 뒤로 천식이 심해져 병원을 찾는 날이 더욱 많아졌다.

서울 도심 저소득층 밀집지역의 다세대주택 지하층에 사는 다섯 가구 가운데 한 가구가 최씨처럼 독립된 화장실이나 부엌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경단체인 ‘환경정의’가 국가인권위원회 협력사업으로 지난 9~10월 저소득층 밀집 거주지역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과 동대문구 전농동, 성동구 성수동, 중구 신당동, 영등포구 양평동과 대림동 등 여섯 곳을 대상으로 현장방문 조사를 통해 파악한 결과다. 환경정의는 이 조사 결과를 15일 오후 2시 민주화기념사업회 세미나실에서 열리는 ‘또 하나의 분단, 환경 불평등’ 토론회에서 공식 발표한다.

주거공간·소득수준별 건강 비교
주거공간·소득수준별 건강 비교

조사를 진행한 최승철 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은 “웰빙(참살이)에 대한 선풍적인 관심이 일고 있는 우리 사회의 또다른 한편에는 햇빛도 들지 않는 지하 주거공간에서 건강을 담보로 삶을 연명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이들은 같은 시대에 공존하고 있지만 ‘환경 불평등’으로 분단돼 있다”고 말했다.

환경정의, 6개 밀집지역 조사
15% 공동화장실 이용
상수도 없는 가구는 13%나
“한국사회 환경 불평등 분단”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내 6개 동의 저소득층 밀집지역에서 무작위로 선정한 조사 대상자 가운데 조사에 협조한 199가구 중 지하층에 사는 가구가 55.3%에 이르렀다. 나머지 44.7%는 지상층에 산다고 응답했지만, 최 부소장은 “자신의 주거를 지상층인 1층이라고 표현하는 이들의 절반 가량은 출입구만 지표면에 있을 뿐 실내는 지하나 반지하인 경우여서, 실제로 지하나 반지하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가구는 그보다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2005년 거주층별 가구 현황’ 자료를 보면, 서울시 330만여 가구 가운데 반지하·지하층에 사는 가구는 전체의 10.7%인 35만여 가구에 이르렀다.

또 조사에 응한 저소득층 가구 가운데 15%는 집에 독립된 화장실이 없어 공용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었다. 집에 따로 부엌이 없는 가구도 4.5%나 됐고, 집 안까지 상수도가 들어오지 않는 가구도 13%나 됐다.

임종한 인하대 환경의학과 교수는 “지하 주거는 습기가 차고 환풍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곰팡이나 진드기 등 미생물이 서식하기 좋아, 이를 주된 주거공간으로 이용하는 저소득층에게 이와 관련된 질환 발생을 증가시킬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대림5동 신대방역 인근에 있는 한 다가구주택의 반지하층. 가운데 멀리 보이는 파란 문이 공동화장실이다.
영등포구 대림5동 신대방역 인근에 있는 한 다가구주택의 반지하층. 가운데 멀리 보이는 파란 문이 공동화장실이다.
실제 환경정의의 조사에서는 저소득층 지하 거주자는 지상층 거주자에 비해 천식, 알레르기, 아토피로 고통 받은 경험이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표 참조) 호흡기 질환에 큰 영향을 주는 곰팡이 서식 정도에서는 더욱 분명한 차이가 나타나, 곰팡이가 심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지하층 가구에서는 34.6%나 됐으나, 같은 소득 수준이더라도 지상층 가구는 10.1%에 불과했다.

임 교수는 “저소득층은 가난과 불건강의 이중 불평등을 안고 있는데 이런 불평등이 환경 악화로 한층 더 심화될 수 있다”며 “저소득층 주거시설 유해인자들의 노출 수준을 파악하고 질병 발생 기전을 규명해 저소득층의 건강 보호를 위한 예방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소장도 “대기오염이나 취약한 주거와 같은 환경적 요인은 특히 사회적 약자인 저소득층의 건강과 삶에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며 “지하 주거의 환경문제를 더는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되며 환경정의와 인권 차원에서 국가가 해결책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수 기자 jsk21@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